한-일 자유무역협정서 조기체결 주장…너무 앞서가

입력 2000-09-29 18:41수정 2009-09-22 0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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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대외협상시 국민 여론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시장개방 압력을 받을 때는 물론 중요한 정치적 사안이 생길 때 여론을 앞세워 상대국의 이해와 양보를 얻어낸다.

얼마 전 한일정상회담에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재일교포 참정권을 요구했을 때도 마찬가지. 모리 요시로(森喜朗) 일본총리는 “국내에 반대의견도 있다”는 이유로 확답을 피했다.

그러나 27일 도쿄(東京)에서 열린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심포지엄에서 한국측 참가자들은 여론은 들어보지도 않고 너무 앞서 가는 듯 했다. 이들은 ‘일본에서 무엇을 얻어낼 것인가’보다 ‘국민을 어떻게 설득시킬 것인가’에 더 관심이 많은 듯했다.

FTA는 한일간 수입관세를 없애 단일시장을 만든다는 것. 협정이 체결되면 대일무역적자가 60억달러 증가하는 등 단기적으로는 부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분석돼왔다.

일본측이 FTA 체결 후 비관세장벽을 없애고 한국에 대한 투자 확대, 비자면제, 항공편 증편 등 인적교류를 활성화할 경우 장기적으로는 한국도 이익이겠지만 일본은 아직 이 중 한가지도 양보하지 않은 상태.

그런데도 이번 심포지엄에서 한국측 참가자들은 FTA체결을 서두르는 기색이 역력했다.

김기환(金基桓)전 대외경제협력대사는 “한국 속담에 ‘쇠뿔은 단김에 빼야 한다’는 말이 있다. 좋은 협정인데도 국민의 이해가 깊지 않다”며 “정치지도자들이 이 일을 성취하는 데 필요한 국민적 지지를 얻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좌승희(左承喜)한국경제연구원장도 거들었다. 그는 “한국경제연구원 분석 결과 FTA의 긍정적 효과가 기존 분석보다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났다”며 “FTA를 적극 추진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나아가 “대일무역적자는 일본시장이 폐쇄적 이어서라기보다 한국기업의 시장개척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한국기업 반성론’을 제기했다.

일본 언론들은 이런 발언을 근거로 “한국 내에 FTA에 대한 신중론이 사그라졌다”고 보도했다.

일본측 참가자들은 일본 입장을 철저히 옹호했다. 후카가와 유키코(深川由起子) 아오야마가쿠인대 교수는 “한국은 대일적자만 강조하지 말고 전체 대외무역수지 차원에서 고려해야 한다. 또 일본상품이 한국에 들어가면 한국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진다”고 주장했다.

또 야마자와 잇페이(山澤逸平)아시아경제연구소장은 “한국에는 무역적자와 대일 경쟁력 악화에 대한 위기감이 있다”며 “일본은 이를 완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쿄〓이영이특파원>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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