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투명성기구 '고결상' 제정, 첫 수상자 발표

  • 입력 2000년 9월 29일 18시 15분


영화 '인사이더'에서 보듯 부패와 부정을 고발하거나 이에 맞서 싸우는 사람은 갖가지 고초를 겪는다. 사회정의는 언제나 누군가의 용기와 희생을 필요로 한다. 국제투명성기구(TI)는 이런 용기있는 사람을 기리기 위해 '고결상(Integrity Awards)'을 만들었다. 올해 첫 수상자로 개인 3명과 단체 1곳이 선정, 29일 명단을 발표했다.

모로코 공군의 부패상을 폭로했다가 복역중인 무스타파 아디브 육군대위(32)와 정부의 부패를 폭로한 스리랑카의 언론인 라산타 위크레메툰지(42), 부패척결에 앞장서다 암살당한 아르헨티나의 공무원 알프레도 마리아 포차트가 영예를 안았다. 또 필리핀의 민간단체인 '좋은 정부를 위해 걱정하는 아브라의 시민'은 방만한 시정부의 예산 운영실태를 고발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아디브 대위는 1998년 공군기지에서 고위간부들이 기름을 빼내 팔고 있다고 폭로했다. 해당 군인은 옷을 벗었지만 군 내부에서 따돌림을 당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군의 부패상을 프랑스의 신문 르몽드에 기고했다가 "규율을 어기고 군을 모욕했다"는 이유로 징역 5년형을 선고 받고 현재 감옥살이를 하고 있다.

위크레메툰지 선데이리더 편집국장은 5월 정부의 언론통제법을 비난하는 컬럼을 실었다. 정부는 6개월 정간조치를 내렸으나 대법원은 정간취소 결정을 내렸다. 6년전 편집국장에 취임한 그는 무기구입과 공기업 민영화 과정에서의 정부 부패상을 집중 보도해왔다.

변호사였던 포차트씨는 80년대 우체국 정부투자기관 일반기업의 부패를 폭로해왔다. 95년 정부내 부패특위 대표로 연금 위장지급 등 수백만 달러의 유용혐의를 밝혀냈다. 그러나 97년6월4일 그를 싫어하는 부패 세력에 의해 암살됐다. 42세의 한창 때에 숨진 그를 기려 아르헨티나는 그의 기일을 '반부패의 날'로 정했다.

86년 필리핀 대선을 감시한 민간단체 '아브라의 시민'은 아브라주가 발주한 공사의 타당성과 업자와의 유착 등을 수시로 조사해 고발해왔다.

페터 아이겐 TI회장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부패에 맞서 싸우려면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면서 "부패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부패를 억제하기 위해 이 상을 제정했다"고 설명했다.

<윤양섭기자>laila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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