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세 카레라스 침몰 러 잠수함 유족 위해 공연

  • 입력 2000년 9월 24일 18시 43분


병마와 싸우고 있는 스페인의 세계적인 테너 호세 카레라스가 23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감동적인 무대를 꾸몄다.

백혈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카레라스 씨는 이번 모스크바에서의 첫 콘서트를 지난달 바렌츠해에서 침몰한 핵잠수함 쿠르스크호의 승무원과 유족들에게 바친 것.

그는 공연에 앞서 “나는 고통과 슬픔이 뭔지 안다”며 희생자와 유족의 아픔에 동정을 나타냈으며 “인간은 정신이 무너지면 병을 이길 수 없다.

그러나 음악은 희망과 함께 병과 싸울 힘을 준다”고 위로했다. 이날 카레라스 씨는 자주 부르던 베르디와 푸치니의 아리아와 함께 처음으로 쇼팽과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곡을 성악용으로 편곡한 노래를 불렀다.

카레라스 씨는 특히 러시아 출신의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이 “병을 이기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경찰관의 아들로 태어난 카레라스 씨는 22년 동안 음악활동을 하면서 세계 3대 테너로 명성을 떨쳐왔다. 그러나 최근 병이 악화되면서 마이크가 없는 오페라 무대에는 서지 못했다.

이날 콘서트에서 사진 기자들의 촬영이 금지되고 주최측이 관객에게 휴식 시간에 담배를 피우지 말 것을 부탁해 카레라스 씨의 병세가 더 악화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낳았다. 그러나 카레라스 씨는 이번 모스크바 공연이 ‘마지막’이 될 것이라는 일부 보도에 대해 “음악은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게 도와준다”고 강조하며 “결코 무대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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