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ACE21]美의 아태전략과 한반도

  • 입력 2000년 8월 22일 20시 10분


미국의 아태 전략은 이 지역에 개입해서 안정자 역할을 계속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이 이에 반발해 미―중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한국 외교의 큰 과제는 미국과 동맹을 유지하면서 열강의 세력 각축전에서 벗어나 한반도에서 평화와 번영, 통일을 주도하는 일이다.

21세기 미국의 세계 전략은 유럽에서 아태지역으로 그 초점을 바꾸고 있다. 왜냐하면 아시아 및 태평양 지역에 중국과 같이 미국에 도전할 수 있는 강대국들이 있고 유럽보다 큰 경제적 정치적 잠재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지역에 대한 미국의 기본 구상은 어느 열강이나 연합이 패권을 누리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다. 냉전 종식 이후 구소련과 같은 적대국이 사라졌는데도 불구하고 미국이 동아시아에 10만명의 병력을 전진 배치하고 있는 것은 여기서 일어날 수 있는 세력 공백을 미연에 방지하고 지역 안전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그래야만 미국은 우방국에 대해서는 그들의 안보 우산에 대해 확신을 갖게 하고, 대항 세력에 대해서는 억지력을 보일 수 있다.

미국 혼자서 지역 안정 역할을 담당하기는 역부족이므로 미국은 1996년에 일본과 신안보선언을 하고 유사시에 공동 대처할 수 있는 방위협력지침을 마련했다.

사실 미국의 아태 전략은 세계전략의 중요 부분이다. 금년초 미 군부가 작성한 전략계획서(이른 바 ‘비전 2020’)는 앞으로의 위협은 유럽에서가 아니라 아시아에서 생길 수 있다고 예견했다. 계획서는 특히 중국을 잠재적 적대 세력으로 분석했다. 동시에 미국은 최근까지 ‘불량국가’로 보았던 몇 개 국가에서 날아 올 수 있는 미사일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국가미사일방어체제(NMD)를 추진해왔다.

안보 문제뿐만 아니다. 미국은 1978년부터 유럽보다 많은 양의 교역을 아태지역과 해왔다. 미국은 국익에 중요한 아태지역에 깊숙이 개입해서 안정 세력으로 남는 것이 세계평화에 기여하고 아태 시장접근도 확대할 수 있다고 본다.

이런 미국에 중국이 도전한 결과 미―중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중국의 시각은 미국이 세계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아태지역에서 중국의 대국화를 막고, 심지어 대만의 독립을 부추기는 내정간섭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미국의 NMD와 전역미사일방어체제(TMD)도 사실상 중국의 미사일 능력을 견제하려는 기도로 간주한다. 세계 유일의 군사 초강국인 미국과 미래의 초강국으로 부상하는 중국 간에 일고 있는 갈등은 강대국 사이에 불가피하게 일어나는 현상이다.

문제는 강대국 사이의 다툼이 한반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미―중 및 미―러 관계가 악화되면 될수록 중국과 러시아는 한반도 문제도 그들의 대미 관계 시각에서 보고 미국과의 협력을 꺼리게 된다. 최근 중국 및 러시아가 북한과 관계 개선을 서두르면서 미국의 NMD를 격렬하게 반대한데서 그런 조짐을 읽을 수 있다.

미국도 대 북한 협상에서 범세계적 핵 미사일 비확산과 동북아 지역 안정을 우선시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처럼 열강간의 세력 각축이 가열되고 있는데 만약 미국이 주한미군을 철수시킨다면 4강의 이해관계가 교차되는 이 땅에 세력 공백이 초래돼 우리의 운명은 강대국 사이의 힘 겨루기 경쟁에 또 다시 휘말려 들고 말 것이다.

우리는 남북 평화 과정을 강대국 사이의 세력 다툼에서 분리시키면서 미국의 아태지역 전략과 공통분모를 찾고 통일 이후까지 지속할 수 있는 한미동맹을 재정립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전략적 외교를 실천해서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유도해야 한다.

안병준<연세대 사회과학대 학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