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한국 지배 秘史' 첫공개…조선총독부 간부등 증언

  • 입력 2000년 8월 7일 23시 40분


36년간 한국을 통치했던 조선총독부의 고위간부 등 120여명이 당시 지배 실태 등에 관해 증언한 내용이 담긴 녹음 테이프가 8일 일본에서 공개됐다.

가쿠슈인(學習院)대 동양문화연구소가 보관해온 것으로 릴 테이프 480개, 연 800여시간 분량이다. 녹음은 58∼62년에 연구자와 문답하는 형식으로 이뤄졌으며 증언자 가운데는 조선총독부의 2인자인 정무총감 3명과 주요 국과장 등 고위관료 30여명이 들어 있다. 아사히신문은 8일자에 이 테이프의 존재를 공개하고 10명의 증언내용을 소개했다.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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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총독부 고위간부들은 창씨개명에 대해 반발이 심한 점을 알면서도 일부 한국인이 원하고 있다는 점을 내세워 정책을 강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내선일체 정책’(조선을 일본화하려는 정책)을 시행하며 민족적 저항이 강해지자 한국사회 전반에 대한 경계를 강화했다는 사실도 솔직히 녹음돼 있다.

또 구 소련과의 접경지대 경비와 관련, 경찰관들이 티푸스균을 이용했다는 증언도 들어 있다.어 실제로 세균전을 실행했던 것이 아닌가하는 추측을 낳게 하고 있다. 일제는 조선총독부가 보관 중이던 문서의 대부분을 1945년 패전 직후 폐기했기 때문에 이 육성기록은 각종 식민지 정책의 추진배경 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증언 중에는 식민지 지배를 정당화하려는 해명성 발언도 많아 이 부분은 앞으로 검증과정에서 논쟁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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