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맞춤 서적'시대 온다…책내용중 필요한 부분만 구입

  • 입력 2000년 7월 19일 18시 53분


인터넷이 널리 사용됨에 따라 전자출판 기술이 발달하면서 올 가을에는 책 내용 가운데 필요한 부분만 골라 사서 읽을 수 있게 됐다.

미국의 뉴욕타임스지는 18일 1면 머릿기사를 통해 아이유니버스(iUniverse)라는 온라인 회사와 IDG 출판사가 제휴해 책 내용 가운데 꼭 필요한 부분만 골라서 살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서비스를 시작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프랑스 여행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은 두꺼운 여행 안내서에서 프랑스 지역에 관한 글과 필요한 지역의 지도만 골라서 컴퓨터로 내려받거나 혹은 이 부분만 책 형태로 따로 제본해 보내달라고 주문할 수 있게 된다. 요리에 취미가 있는 독자라면 요리책에서 특별히 마음에 드는 음식에 관한 조리법만 골라 구입할 수 있게 된다. 또 온라인 상에서 여러 책을 고른 뒤 필요한 부분을 발췌해 하나로 묶어 인쇄해달라는 ‘맞춤형 서적’ 주문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어떤 방식이든 책값은 고른 분량만큼만 지불하면 된다.

이 방식이 정착되면 책을 권 단위로 사는 게 아니라 장(章)이나 절(節) 구(句) 단위로도 구입할 수 있을 것으로 타임스는 예상했다.

장편 소설을 이처럼 쪼개서 구입할 독자는 없겠지만 단편소설집 속의 단편 소설과 안내서 지도 요리책 교재 등의 경우는 이같은 분할구입방식에 대한 수요가 클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전망.

전통적인 책의 개념을 바꾸어 놓을 이같은 판매방식은 문제점도 있다.

우선 출판사는 온라인을 통해 책의 내용을 분할, 판매하는 것이 과연 수지가 맞을는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특정 책에서 인기 있는 대목만 잘 팔리고 나머지 부분은 안 팔리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있다.

또 저자들로서도 저서 전체가 아닌 부분만 팔리거나 다른 저자의 책에서 발췌한 내용과 섞여 한 권의 책으로 묶여 팔리는 것을 꺼림칙하게 생각한다.기술적인 문제도 예상된다. 책의 특정 부분 내용을 파일 형태로 내려받아 다른 저자의 책에서 딴 일부분과 한데 묶으려면 모든 책의 저장 또는 분류 방식을 통일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내용을 데이터 베이스화해서 작은 단위로 판매하는 방식은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미시간대 대학원 매니시 초프라 교수는 “필요한 내용이 일부에 지나지 않는데 책을 통째로 사자니 값이 너무 비싸서 몇시간이나 서점 안에서 책을 읽은 일이 있다”며 “만일 내가 필요한 부분만 살 수 있었다면 절대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새로운 온라인 서적 판매방식을 환영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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