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들 "분쟁지역서 채굴된 原石 거래금지" 선언

  • 입력 2000년 7월 19일 18시 51분


“피묻은 다이아몬드를 시장에서 추방하자.”

시에라리온 콩고 앙골라 등 아프리카 중서부 분쟁지역에서 채굴된 다이아몬드의 거래를 차단하기 위해 전세계 다이아몬드 거래업자들이 발벗고 나섰다.

세계 다이아몬드 상인 350여명은 18일 국제 다이아몬드 거래시장인 벨기에의 앤트워프에서 회의를 갖고 분쟁지역에서 채굴된 불법 다이아몬드를 거래하지 않기로 결의했다. 상인들은 이를 위해 전세계 다이아몬드 거래상 협회를 구성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앞서 앤트워프 다이아몬드거래소는 17일 앙골라 시에라리온과 다이아몬드 원산지 증명에 관한 협정을 체결했다. 원산지 증명을 통해 반군이 채굴한 다이아몬드가 시장에 반입되는 것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것. 지난달 이스라엘 다이아몬드거래소는 “피묻은 다이아몬드인 줄 알면서도 수입하는 업체의 회원자격을 박탈하겠다”고 발표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을 기반으로 전세계 다이아몬드 원석 시장의 3분의 2를 장악하고 있는 드비어스사도 최근 중서부아프리카의 구매사무소를 폐쇄하고 분쟁지역의 다이아몬드를 거래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들이 피묻은 다이아몬드 거래 근절에 적극 나선 것은 불법 다이아몬드가 아프리카 분쟁지역 반군의 돈줄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 내전이 격화됨에 따라 국제사회의 비난여론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

시에라리온 콩고 앙골라 라이베리아 등 아프리카 중서부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내전은 한마디로 ‘다이아몬드 전쟁’이다. 이들 분쟁지역에서는 다이아몬드 매장지역을 놓고 반군과 정부 사이에 치열한 쟁탈전이 벌어지면서 해마다 수십만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9년에 걸쳐 내전이 계속되고 있는 시에라리온에서는 반군인 혁명연합전선(RUF)이 코이두와 통고필드 등 주요 다이아몬드 광산지역을 점령, 인근 라이베리아를 통해 엄청난 양의 다이아몬드를 밀수출하고 있다. 이들이 밀수출을 통해 벌어들인 돈은 약 2억달러가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드비어스에 따르면 지난해 이들 분쟁지역에서 채굴된 다이아몬드는 전세계 다이아몬드 원석 생산량의 3.7% 가량을 차지한다. 뉴욕타임스지는 이보다 많은 10∼15%가 ‘피묻은 다이아몬드’라고 보도했다.

반군은 주민의 노동력을 착취해 채굴한 다이아몬드를 밀수출하고 그 돈으로 무기를 사들여 전투를 벌여 주민들이 희생되는 악순환이 끊임없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다이아몬드 거래업자들은 전세계 동물보호론자들이 모피옷 불매 운동을 벌이는 것처럼 인권단체들이 다이아몬드 불매 운동에 들어가지나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이같은 불법 다이아몬드 거래금지 조치가 당장 효과를 나타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아프리카에서 러시아 미국 이스라엘 벨기에 등으로 이어지는 다이아몬드 유통경로가 매우 복잡한 데다 실제 채굴지역을 역추적하는 일은 쉽지 않기 때문.

그러나 앞으로 주요 다이아몬드 거래소나 상인들이 분쟁지역에서 채굴된 다이아몬드를 거래하다 적발될 경우 국제적인 망신과 도덕적인 비난은 물론 경제적인 타격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피묻은 다이아몬드 거래는 상당 부분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불법 다이아몬드 거래 규제 문제는 21일부터 일본 오키나와에서 열리는 주요선진8개국(G8) 정상회담에서도 의제로 다뤄질 예정이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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