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컴-스프린트 세계 최대합병 무산될 듯

  • 입력 2000년 6월 28일 18시 52분


미국 장거리전화서비스 시장의 2, 3위 업체인 월드컴과 스프린트의 합병 계획이 무산될 가능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들 두 회사는 작년 10월 당시 세계 최대의 합병(합병규모 1290억달러·약 142조원)을 추진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월드컴과 스프린트는 미 법무부가 합병을 저지하기 위한 독점금지법 위반 소송을 제기하자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냈던 합병승인 신청을 27일 철회했다고 AFP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월드컴과 스프린트는 이날 공동성명을 통해 “합병승인 신청은 철회했지만 여전히 합병하는 문제를 면밀히 검토하고 있으며 합병을 취소한다는 결정을 내린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재닛 리노 미 법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월드컴과 스프린트가 합병하면 인터넷 접속 및 장거리전화서비스 시장을 독점할 것으로 우려돼 합병을 막기 위한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MS)에 대한 독점금지법 위반 소송을 이끌었던 법무부의 조엘 클라인 독점금지국장은 “월드컴이 스프린트를 인수하게 되면 서비스의 질은 나빠지고 요금은 올라갈 것”이라고 소송 제기 이유를 설명했다.

미 법무부는 두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은 미 통신시장에 경쟁 환경을 조성키 위한 첫번째 조치이며 EU의 ‘합병 불가’ 입장과는 별개라고 말했다.

EU 집행위는 28일 회의에서 월드컴과 스프린트의 합병건을 논의하더라도 합병 불가를 결의할 것으로 소식통들은 전해왔다. EU는 회원국간 역내 시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모든 합병행위를 조사할 수 있고 어떤 대규모 합병이 역내 공정거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판단이 서면 합병 불가 판정을 하거나 내용 변경을 요구할 수 있다.

미 장거리전화서비스 시장에서 월드컴과 스프린트의 점유율은 각각 19%와 8%. AT&T를 포함하면 이들 3개사의 점유율이 총 80%에 이른다.

인터넷 접속서비스 분야에서는 월드컴과 스프린트의 미 시장점유율이 각각 37%와 16%이며 국제전화 분야 양사의 점유율은 합쳐서 30% 이상이다.

전문가들은 “법무부가 소송을 냈고 EU는 합병 불가를 결의할 것으로 보임에 따라 두 회사의 합병계획은 무산될 가능성이 아주 높아졌다”고 말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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