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보고서 경고]'정보격차'로 新교역장벽 생긴다

  • 입력 2000년 6월 21일 01시 15분


인터넷 등 정보통신기술의 혁명은 세상을 빠른 속도로 변화시키면서 경제와 사회 발전의 중요한 동인(動因)이 되고 있다. 그러나 선진국과 개발도상국간에 존재하는 엄청난 정보 격차가 불러온 경제 사회적 혜택의 불균형이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유엔은 19일 선진국과 개발도상국간 정보 격차의 해소를 촉구하는 내용을 담은 정보통신기술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마련했다. 이 보고서는 내달 초부터 뉴욕에서 한달간 열리는 유엔경제사회이사회와 내달 중순 일본에서 열리는 선진8개국(G8) 정상회담에 제출된다.

“뉴욕의 인터넷 사이트 숫자는 아프리카 대륙 전체에 있는 것보다 많다. 핀란드의 웹사이트 수는 남미와 카리브해 국가들의 웹사이트를 합친 것보다 많을 정도로 세계적으로 인터넷 빈부격차가 극심하다.”

유엔은 보고서에서 “각국 정부는 인터넷 접속으로 삶이 크게 개선될 수 있는 사람들을 시급히 인터넷에 연결시켜줘야 한다”면서 “2004년까지는 현재의 인터넷 미사용자 가운데 80%를 인터넷 사용자 대열에 들어가게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1998년 450억달러(약 49조5000억원)였던 e비즈니스 규모가 2004년에 150배가 넘는 7조 달러(약 7700조원)로 늘어날 전망이지만 현재 세계 전체인구의 불과 5%만이 e비즈니스에 참여하고 있다.

보고서는 “이 때문에 인터넷에 접속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e비즈니스가 새로운 교역장벽처럼 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개도국은 새로운 세계 시장에서 성공할 만한 엄청난 잠재 경쟁력을 갖고 있지만 정보통신기술 혁신을 빨리 적극적으로 수용하지 않으면 새로운 장벽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는 것.

보고서는 “이럴 경우 정보통신기술을 수용하지 못하는 나라들은 시장의 주변부로 밀리는 데 그치지 않고 아예 시장에서 제외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또 유엔이 개발도상국의 정보통신기술 활용도를 향상시킬 수 있는 전략을 시급히 마련하지 못할 경우 나중에 엄청난 비용이 드는 것은 물론 정보격차가 극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3월말 현재 세계 인터넷 인구는 2억7600만명이며 매일 15만명씩 늘고 있다. 또 매일 수억명의 사람들이 인터넷에 접속하고 있고 전세계에 15억개의 인터넷 사이트가 있고 매일 200만개 가량이 새로 생긴다.

국제사회는 개발도상국들이 정보통신기술의 하부구조를 구축할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이를 위해 주요 장비와 서비스를 확충시키는데 필요한 자금을 손쉽게 조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 보고서는 또 국제사회가 개발도상국의 문맹률을 낮추는데 도움이 되는 기술이나 서비스를 개발하는 기업들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보고서는 인구의 95%가 영어를 사용하지 못하는 중국을 예로 들며 “정보통신기술의 콘텐츠는 각 나라의 사정과 요구에 부응해야만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세계의 ‘인터넷 빈부격차’를 줄이기 위해 선진국들은 개도국이 지고 있는 채무의 1%를 탕감해 주고 이 자금으로 정보통신기술 개발에 나서도록 하는 등의 단계를 밟아 나가야 한다고 이 보고서는 권고했다.

<홍성철기자·뉴욕DPA연합>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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