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NMD 찬반 논란…"北변화조짐-잠재위협 상존"

  • 입력 2000년 6월 18일 20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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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국가미사일방어체제(NMD)에 대한 논란이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이 추진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시한이 연말로 다가온데다, NMD 구축 필요성으로 거론돼온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한 평가가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신뢰성을 잃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지 등 미국의 유력 언론들은 NMD 구축을 강행해야 한다는 사람들과 최소한 연기해야 한다는 사람들의 주장을 연일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페리등 전문가-의회 "연기를"▼

남북한 정상회담의 성공적인 개최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겨냥해 추진해온 국가미사일방어체제(NMD) 구축 의지를 약화시키지 않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가 17일 보도했다.

미국의 정부 고위관리는 이와 관련, “빌 클린턴 대통령에게 제출될 극비 안보보고서도 북한이 지금과 같은 속도로 미사일 개발 계획을 추진하면 2005년경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것이라는 결론을 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고위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남북한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진의가 무엇인지에 대해 미 정부 내에서도 의견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고 전하고 “그러나 북한측이 이번 정상회담을 비롯해 최근 적극적인 외교를 펼치고 있으면서도 장거리미사일 개발 계획은 중단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관리들은 NMD 구축이 미국과 러시아 중국은 물론 유럽의 우방들과의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북한측의 태도 변화가 없다면 NMD 계획을 철회하는 것은 신중치 못하다는 주장을 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이 신문은 북한이 작년 가을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미사일실험을 중단하기로 약속하고 올해 초에도 이같은 약속을 재확인했으나 (미사일 발사대) 현장에서는 아직도 미사일 엔진 실험 등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징후가 감지되는 등 ‘대포동 2호’로 알려진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중단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이어 북한의 미사일 위협이 클린턴 대통령의 NMD 구축 여부 결정을 좌우하는 유일한 요인은 아니지만 남북 정상회담에서 나타난 북한측의 태도 변화와 이와 상반된 내용을 담은 안보보고서가 앞으로 NMD 찬반 논쟁의 주요 근거로 이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

▼국방부등 정부관리 "강행해야"▼

미국의 국방정책 전문가들이 국가미사일방어체제(NMD)의 구축 연기를 촉구한 데 이어 18일 공개된 보고서가 NMD의 결함을 지적하는 등 NMD 배치에 반대하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윌리엄 페리 전국방장관과 존 섈리캐슈빌리 전합참의장, 샘 넌 전상원의원은 7일 빌 클린턴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NMD 배치에 관한 결정을 연기해줄 것을 공식 건의했다고 국방 소식통들이 16일 밝혔다.

대북(對北)정책조정관으로 미국의 한반도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페리는 서한에서 “북한의 잠재적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미국을 보호하기 위해 NMD가 신속배치돼야 한다는 국방부측 주장은 납득하기 힘들다”면서 “대통령은 (연말이라는) 시한에 구애받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페리 등은 특히 “NMD는 비용과 기술, 외교정책 등의 측면에서 아직 해결하지 못한 중요한 문제들을 갖고 있는 만큼 연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18일 공개된 국방부 보고서도 “NMD는 잠재적인 위협에 대한 불확실한 평가에 토대를 두고 있다”면서 계획 지연과 비용 상승의 위험을 경고했다고 워싱턴포스트지가 18일 보도했다.

래리 웰치 전공군합참의장과 12명의 군사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웰치 위원회’는 지난주 윌리엄 코언 국방장관에게 제출한 이 보고서에서 “NMD의 추적 레이더와 요격 미사일 등에 대한 국방부의 시험 능력이 극히 제한돼 NMD가 제대로 작동할지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의회 산하 회계감사원(GAO)도 내부 보고서에서 “NMD의 기술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계획이 1개월 지연될 때마다 1억2400만달러(약 1360억원)씩의 비용이 증가할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이종훈기자>taylor55@donga.com

미국 NMD관련 일지
1998년11월17일국방부, NMD 추진 계획 발표
1999년3월17일상원, NMD 구축법안 통과(18일 하원 통과)
10월2일NMD 1차 요격실험 성공
11월9일국무부, "북한 5년 내 미국 도달 가능한 ICBM 개발할 듯"
2000년1월18일NMD 2차 요격실험 실패
5월7일워싱턴포스트지, "NMD 레이더기지 알래스카주 알류샨 열도에 건설"
6월9일뉴욕타임스지, NMD가 치명적 결함이 있다는 국방부 보고서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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