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2개社 분할]빌 게이츠 '황제 지위' 막내리나?

  • 입력 2000년 6월 8일 20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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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법원 판결문 요지▼

본 법정은 아직도 마이크로소프트(MS)사가 독점금지법을 위반했다고 믿고 있다. MS와 법무부가 독점행위 시정을 위한 적절한 조치에 합의하도록 조정기간을 주었지만 양측은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따라서 다소 가혹할지 모르나 MS는 법무부가 제출한 시정조치에 따라야 한다고 판단해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MS는 본 판결 후 4개월 내에 2개 회사로 분할하는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원고측은 MS측의 분할안을 통보받은 후 60일이내에 의견서를 제출해야 하며 MS는 이견서를 검토한 후 30일 이내에 관련 답변서를 제출해야 한다.

MS는 독점적 지위를 갖게 된 근원인 윈도 운용체제를 소유, 판매하는 회사와 워드프로세서와 인터넷 브라우저 등 모든 MS소프트웨어를 처리하는 회사로 분할해야 한다. 2개 회사의 소유권 분할은 주식의 완전분리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

MS는 자사의 웹브라우저 소프트웨어 제품 장착과 관계없이 모든 PC회사에 동일한 가격으로 윈도를 공급해야 한다. 또 다른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제작회사가 윈도와 호환되는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OS관련 기술 소스코드를 공개해야 한다.

▼잭슨판사/하버드大출신 완벽주의자▼

마이크로소프트(MS) 분할명령 판결을 내린 연방판사 토머스 펜필드 잭슨(62)은 완벽주의자로 통한다. 재판이 처음 열렸을 때 잭슨 판사는 컴퓨터 업계에서 사용되는 전문 용어를 전혀 몰랐다. 그러나 그는 공부를 통해 차츰 이를 극복, 재판이 진행될수록 정보통신 분야의 난해한 문제점을 정확하게 지적해 냈다는 것. MS는 이번 판결이 나오자 판결 자체뿐만 아니라 잭슨 판사의 재판진행 방식에 대해서도 항소하겠다고 밝힐 정도로 그에 대한 반감을 드러냈다. 그는 82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 워싱턴 지역의 연방법원 판사로 지명됐으나 87년 레이건의 보좌관인 마이클 디버에게 위증 혐의로 유죄를 선고하기도 했다.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했으며 72년 닉슨의 선거운동을 도운 일이 있는 철저한 공화당 지지자.

▼'분할'판결 의미와 전망▼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강제 분할 등에 관한 미국 연방법원의 판결은 4월 MS사가 독점금지법을 위반했다는 예비판결이 나왔을 때부터 예상됐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디지털 시대에 접어든 뒤 미 사법부가 내린 가장 의미심장하고 단호한 결정이다.

이번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면 MS사는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 생산업체로서 누리던 막강한 독점적 지위를 더 이상 누리기 어렵게 된다.

MS의 빌 게이츠 회장은 “컴퓨터 운영체제인 윈도와 오피스 등 소프트웨어를 결합하지 않고는 차세대 컴퓨터 운영체제를 개발할 수 없으며 이런 모든 개발사업은 한 회사 안에서 부서간 협력을 통해야만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미 법원은 이 대목을 독점의 고리로 판단하고 MS의 독주에 제동을 건 것이다. 뉴욕타임스지 등 미국의 주요 언론이 이번 판결로 MS가 단순히 재판에서 진 것이 아니라 참패했다고 일컫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다만 이번 판결은 1심일 뿐이어서 아직 항소심과 대법원 판결이 남아 있다. MS가 정말 강제분할될 것인지는 아직은 불확실하다.

MS는 회사 강제분할을 비롯한 판결이 나오자 즉각 “강제분할 판결에 대해선 항소하고, 영업관행을 제한하는 임시 시정조치에 대해선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겠다”고 밝혔다. 1심에 불복할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반면 미 법무부는 1심 판결을 환영하면서 3심까지 끌면서 시간만 보내는 것을 피하기 위해 사건을 대법원에서 바로 심리하도록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신속재판법은 국가전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건은 원고의 요청이 있으면 1심 판사가 소송을 곧바로 대법원으로 넘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미 대법원이 6월말부터 9월말까지 휴정이다. 대법원은 10월 이후에나 MS사안을 심리할지, 항소심부터 밟게 할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대법원의 심리 기간은 9개월. 그러나 항소심을 거치게 될 경우 확정판결이 나기까지는 몇 년이 걸리게 돼 지루한 법정 다툼을 예고하고 있다.

항소심과 대법원에서도 1심 판결이 유지될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MS 측은 2심과 3심에서는 자신들에게 좀더 우호적인 판결이 내려질 것으로 기대한다. 일부 법률전문가들도 1심에서 MS의 독점 시정방안에 대한 공청회 등 심리에 여유가 별로 없었던 점을 들어 판결이 번복될 수도 있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법무부 등 원고 측은 특정기업의 독점에 따른 폐단을 막기 위해 1903년 제정된 셔먼 독점금지법의 취지를 법원이 충실히 옹호해 온 전통에 비춰볼 때 판결이 뒤집히는 일은 없을 것으로 낙관한다.

이번 판결은 1984년 전화통신회사 AT&T를 강제분할한 이후 독점금지법이 가장 강력하게 적용된 사례다. 과연 그 끝이 어떻게 마무리될지는 계속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컴퓨터업계에서는 MS소송 과정에서 인터넷 시대의 컴퓨터 운영체제가 변화해 MS의 강제분할이 실질적으론 별 의미가 없어지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고 관측하기도 한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

▼관련업계 "공정경쟁 분기점 될 것" 환영▼

마이크로소프트(MS) 강제 분할 판결에 대해 관련 업계는 소프트웨어 산업의 앞날에 커다란 변화를 예상했다. 그러나 MS의 독점적 지위는 당분간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네트워크 컴퓨터 운영체제를 비롯해 각종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MS에 맞서고 있는 선마이크로시스템스(SM)의 마이크 페티드 프로콤프 사장은 7일 “이번 판결은 계속되는 독점금지법 위반행위에 대한 법원의 진지한 대응”이라고 환영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그는 “앞으로 인터넷과 전자업계에서 공정 경쟁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SM 변호인단의 마이클 모리스는 “컴퓨터 제조업체들이 MS제품과 경쟁하는 소프트웨어를 채택하는 경우가 급증할 것”이라면서 “특히 델과 게이트웨이 같은 대형 컴퓨터 제조업체들은 윈도와 경쟁해 온 리눅스를 대량 장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에드워드 블랙 미 컴퓨터 통신산업 협회장도 “많은 소프트웨어 제조업체가 MS의 압력 때문에 다양한 신제품을 내놓지 못했다”며 이번 판결을 반겼다. 리눅스 운영체제를 개발한 칼데라 시스템스의 랜섬 러브 사장은 “이제 모든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선택이 가능해졌으므로 거대한 혁신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컴퓨터업계 분석가 스티브 하먼은 “MS의 우수한 인력과 12명 소그룹 단위의 작업방식 때문에 회사가 강제 분할돼봤자 MS의 타격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MS에 몰렸던 투자자들의 관심이 분산되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넷스케이프를 소유한 아메리카온라인(AOL) 등 인터넷 업체들과 소프트웨어 제조업체들이 반사 이익을 볼 것이라는 것.휴대용 컴퓨터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팜사의 마이클 메이스 이사는 “우리는 MS를 위협적인 존재로 보지 않는다”면서 “MS가 포켓PC 새 버전을 내놓았지만 시장은 끄떡없었다”며 무관심을 나타냈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나스닥 'MS충격' 없다"▼

미국 연방법원으로부터 강제분할 판결을 받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주가는 과연 어떻게 될까.

분할 판결이 나온 7일 미 뉴욕증시에서 MS 주가는 요동치지 않고 일단 평온했다. 이날 폐장 직전 판결이 있을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MS 주식은 활발한 거래 속에 전날보다 87.5센트가 오른 주당 70.50달러를 기록했다.

MS주식이 등록돼 있는 나스닥시장 주가지수는 전날보다 2.21% 상승한 3,839.26에 마감됐다. 또 지수산정에 MS주가가 포함되는 다우존스 산업평균 지수도 전날대비 0.72% 오른 10,812.86이었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도 0.93% 상승한 1,471.36으로 끝났다.

4월 하순 강제분할설이 처음 터져 나왔을 때 요동쳤던 시장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4월24일 MS 분할설이 처음 보도되자 MS는 물론 휴렛팩커드 인텔 등 다른 컴퓨터 관련주식까지 동반 폭락하면서 당시 나스닥지수는 하루 사이에 4.43% 폭락했다.

7일의 시장 분위기에 대해 전문가들은 “법원의 판결이 이미 예견된 것이어서 주가에 거의 반영됐고 오히려 확정적인 패소 판결이 호재로 인식됐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MS 주가가 그동안 너무 심하게 곤두박질해 바닥에서 탈출할 시점이 됐다는 인식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MS 주가는 작년 말 사상 최고치인 주당 119.93달러까지 치솟았다. 당시 MS의 상장주식 시가총액(6240억달러)은 뉴욕증시에서 가장 많아 이 회사를 세계 최대 기업 반열에 올려놓기도 했다.

이 회사 주식은 더구나 첨단기술 관련주식에 대한 미국 내 ‘묻지마’ 투자열풍을 선도했었다. MS 주가는 올 4월에는 거의 반토막인 66달러선으로 밀려났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아직 MS 주식의 본격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주식시장에서 가장 큰 악재는 불확실성이기 때문에 MS의 앞날이 불투명하다는 것은 주가반등을 억누르는 요인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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