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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6월 8일 19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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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두주자가 불지핀 거대합병〓승객 이용도 기준 세계 2, 3위인 미국 아메리칸 항공과 델타 항공은 이번주초 업무제휴를 강화하기 위한 예비회담을 시작했고 합병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하고 있다고 미 월스트리트 저널지가 7일 보도했다.
세계적인 항공사들의 합병 논의는 지난달 24일 유나이티드항공(세계 1위)의 모회사인 UAL사가 US에어웨이스(세계 10위)를 합병한다고 발표하면서 촉발됐다. 이 두 항공사가 실제로 합병을 마무리하면 시너지 효과가 엄청날 것으로 항공업계는 보고 있다. 합병으로 탄생할 항공사는 임직원 14만명에 1000대에 육박하는 여객기를 보유하게 된다. 미 전체 항공 운송승객의 27%인 연간 1억3600만명을 수송하고 연간 270억달러(약 29조7000억원) 이상의 수입을 거둘 전망.
합병 전에는 유나이티드, 아메리칸, 델타 등 세계 3대 항공사의 미국 내시장점유율이 17∼20%로 서로 비슷했지만 이제 유나이티드의 시장점유율이 튀는 것이다.
▽경쟁 항공사들의 합종연횡〓아메리칸, 델타, 노스웨스트 항공(세계 4위) 등은 본격적으로 합종연횡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아메리칸과 델타항공은 유나이티드 항공에 맞서기 위해 자체 몸집을 키우거나 최소한 합병에 비견될 정도의 제휴안을 만들어내야 할 상황.
그러나 아메리칸과 델타항공의 합병에는 어려움이 많을 전망이다. 아메리칸 항공은 승객이용도 측면에서 덩치는 크지만 시장에서는 43억달러 정도로 가치를 평가받아 델타 항공의 64억달러에 훨씬 못미친다. 아메리칸 항공의 모회사인 AMR가 뉴욕 나스닥시장의 첨단기술 관련주에 투자했다가 엄청난 손실을 봤기 때문.
양 항공사는 합병협상을 하면서도 따로 노는 행보도 보인다. 아메리칸 항공은 지난주 노스웨스트 항공 측과 만나 합병관련 협상을 했다. 델타 항공도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콘티넨털항공(세계 6위)과의 짝짓기를 추진중이다. 노스웨스트 항공도 콘티넨털 항공의 지분 13%를 확보하고 은근히 합병을 노리고 있다.
▽유럽 항공사들의 자구책〓미국 항공사들의 합병협상이 급류를 타자 유럽쪽 항공사들도 바빠졌다. 브리티시항공(세계 5위)은 이번주 네덜란드 항공사인 KLM(세계 13위)과 합병을 전제로 한 협상에 들어갔다. 두 항공사가 합병하면 세계 3위가 된다. 올 들어 스위스항공은 벨기에 사베나 항공을 인수 합병했다.
▽전략적 제휴도 강화〓세계적인 항공사들은 합병작업과 별도로 노선을 공유하거나 연료,부품을 공동 구매하는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개설하는 등 전략적 제휴를 강화하고 있다.
유나이티드 항공은 독일 루프트한자(세계 7위)와, 아메리칸 항공은 브리티시 항공과 전략적 제휴관계다. 유나이티드, 아메리칸, 델타, 콘티넨털 등 미국 4대 항공사는 브리티시 항공, 에어프랑스(세계 8위)와 공동으로 6개월 내에 500억달러에 이르는 연료 부품 등을 공동구매하기로 했다. 루프트한자도 싱가포르 항공(세계 11위) 등 11개사와 공동구매망을 마련키로 했다.
<윤양섭기자>laila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