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첸반군, 수세몰리자 국제사회에 "終戰 도와달라"

  • 입력 2000년 6월 7일 19시 55분


러시아군에 맞서 9개월 동안 끈질기게 저항해온 체첸반군이 수세에 몰리고 있다. 체첸주둔 러시아군통합사령관인 겐나디 트로셰프는 “아슬란 마스하도프 체첸 대통령이 부상했다”고 6일 밝혔다.

러시아 민영 NTV는 이날 목격자의 말을 인용, 마스하도프가 1일 폭탄공격을 받고 가슴과 머리를 다쳤으며 경호원 1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그러나 마스하도프는 즉각 스페인 EFE통신과의 전화통화에서 “러시아측의 흑색선전”이라고 반박했다.

러시아군은 부상으로 한쪽 다리를 잃은 반군지도자 샤밀 바사예프가 국외탈출을 시도하려한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포위망을 강화하고 있다. 바사예프는 사실상 이번 대(對)러 항쟁을 주도하고 있는 강경파 지도자. 마스하도프 등 대부분의 체첸지도자들은 이미 가족을 해외로 도피시켰다.

체첸측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취임 뒤 체첸독립과 전쟁중지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크게 줄자 일리야스 아흐마도프 외무장관을 미국에 보내 국제여론을 환기시키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타르타스통신은 아제르바이잔 주재 미국 대사관에서 비자를 받은 아흐마도프가 미국에 입국했다고 5일 보도했다. 아흐마도프는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기자회견을 갖고 “이미 사망자가 4만명에 이른다”며 “국제사회가 러시아에 압력을 가해 전쟁을 중지시켜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미국은 체첸을 독립국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어 그의 입국은 개인자격으로 이뤄졌다. 게다가 러시아의 반발을 우려한 미국의 조심스러운 태도 때문에 미국 관리와의 면담도 불투명하다.

아흐마도프는 체첸에 동정적인 영화배우 리처드 기어와 알렉산더 헤이그 전 국무장관 등 유명인사를 만나는 등 국제사회의 동정여론을 끌어내기 위해 애쓰고 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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