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회장 퇴진 외국언론 반응]"한국 재벌사 대사건"

  • 입력 2000년 6월 1일 19시 30분


주요 외국언론들은 현대그룹 정주영(鄭周永)명예회장 등 정씨 일가의 경영퇴진 결정은 한국의 재벌사에 획기적인 사건이 될 것이라면서도 현대 계열사들이 대주주인 정씨 일가의 영향권에서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보도했다.

영국의 경제전문지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달 31일 “정명예회장과 몽구(夢九) 몽헌(夢憲)씨 등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기로 한 것은 한국정부에는 상징적인 승리를 뜻한다”면서 “현대 계열사들은 마침내 정씨 일가보다는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 경영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 신문은 “이들의 퇴진 결정은 경영권을 전문경영인들에게 넘기겠다는 자발적인 의지라기보다는 전략적인 후퇴같다”며 “정씨 일가는 앞으로도 ‘현대’라는 거대 제국을 유지하려고 안간힘을 쓸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지도 1일 “정씨 일가의 운명은 한국 재벌일가의 힘이 얼마나 약화됐는지를 여실히 드러냈다”며 “현대사태는 한국 재벌해체의 시작과 기업구조조정의 가속화를 뜻한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외환위기 이후 한국 재벌들은 경영관행 개선압력을 받았지만 현대의 경우 구조개혁을 게을리한다는 비판이 많았다는 내용의 해설을 썼다. 이 신문은 “몽헌씨는 대북투자사업을 총지휘할 것이며 정씨 일가는 대주주로 남게 되는데 현대 계열사들이 이들의 영향권에서 얼마나 벗어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전했다.

미 CNN방송도 정씨 일가의 경영퇴진을 주요 기사로 다루고 “이들의 퇴진은 한국 경제사의 주요 부분인 재벌을 해체하는 분기점”이라고 평가했다.

<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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