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로마회담]미사일협상 재개등 합의

미국과 북한의 로마 회담이 지난달 30일 성공적으로 마무리됨에 따라 한동안 교착상태에 있었던 북-미 관계는 새로운 진전을 모색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하게 됐다.

미 국무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로마)회담은 진지하고 건설적으로 진행됐으며 우리는 진전을 거뒀다”고 밝혔다.

미국이 이같은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것은 북한의 핵동결에 관한 1994년 제네바 합의의 이행을 위한 새 협상을 시작하고, 북한 미사일의 개발 생산 배치 수출을 중단하는 문제에 관한 협상을 재개하기로 양측이 합의했기 때문.

미국은 당초 북한 고위 당국자의 워싱턴 방문이 올 봄에 실현되면 그 후속조치로 핵과 미사일 협상을 재개할 구상이었으나 북-미 고위급회담을 위한 뉴욕 준비회담이 3월에 결렬되면서 대북협상 스케줄에 차질이 있게 됐다.

따라서 로마 회담은 전반적인 북-미 협상을 원 궤도에 다시 올려놓는 역할을 한 셈이다.

특히 양국이 제네바 합의의 이행을 위한 협상을 시작한 것은 윌리엄 페리 미 대북정책조정관의 대북정책 권고안(페리 보고서)에서 제시한 내용이 구체화돼 나가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

미국과 북한은 이에 따라 앞으로 경수로 건설 부품의 북한 반입과 북한 영변의 핵의혹 시설에 대한 사찰을 연계시키고 양국간 원자력협정을 체결하는 문제 등에 관한 실무협상도 벌이게 된다. 아울러 경수로 건설 기간 중 북한의 돌출 행동으로 긴장이 생기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방안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핵 관련 시설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던 북한의 금창리 지하시설에 대한 미국의 현장 재조사 결과 별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고 6·25전쟁 중 실종된 미군 유해발굴 및 송환을 위한 양측의 협상도 곧 재개될 예정이어서 북-미관계엔 일단 순풍이 예상된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클린턴 행정부는 대북 관계개선을 외교 업적으로 내세우고 싶어하고 북한은 클린턴 행정부로부터 더 많은 것을 얻어내고 싶어하기 때문에 북-미간에는 활발한 접촉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