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세프 보고서]여성 폭행-살해 크게 늘어

  • 입력 2000년 5월 31일 19시 38분


《여성과 어린이에 대한 가정폭력이 세계 곳곳에서 끊임없이 일어나자 유엔아동기금(UNICEF)이 세계적 차원의 대책마련을 다시 요구했다고 AP통신이 31일 보도했다. 유엔아동기금은 5일 열릴 뉴욕회담에 앞서 간절한 호소를 담은 보고서를 하나 발표했다.》

이 보고서의 요지는 1995년 베이징(北京) 회의에서 어린이와 여성에 대한 폭력을 막기 위한 각국의 대책을 요구한 지 5년이 흘렀지만 가정폭력이 세계적으로 여전히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으므로 대책을 마련하라는 것.

가정폭력은 인종과 문화, 계층과 나이, 교육과 수득수준 등과 관계없이 지속되면서 전세계적으로 일반적인 현상이 돼버렸다는 것. 선진국이건 개발도상국이건 여성 10명 가운데 2∼5명이 일상적인 구타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 기금은 “이런 이유 때문에 남아선호 사상에 따른 낙태가 만연하고 오로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가족들에게 살해되거나 질병에 걸려도 방치된 채 희생되는 여성들이 점차 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가정폭력을 근절하려면 국제기구에서 범세계적인 대책을 세워야 하며 각국 정부뿐만 아니라 종교 지도자와 시민단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야만 한다는 것이 유엔아동기금의 주장이다.

이 보고서는 인도의 경우 결혼지참금문제로 매년 5000여명이 살해되고 있고 탄자니아와 스리랑카에서는 여성의 60%, 한국에서는 38%가 일상적인 가정 폭력에 시달린다고 고발했다.

특히 가정폭력과 깊은 상관관계에 있는 강제 성행위로 인해 현재 1400만명의 여성이 에이즈에 감염됐으며 앞으로도 이 수는 늘어날 것이라는 것. 현재 미국과 멕시코 등 일부 국가는 아내의 동의 없이 강제로 성행위를 하면 이를 강간으로 간주해 처벌하지만 다른 국가들은 배우자에 의한 성적학대를 범죄로 여기지 않는다.

이번 보고서를 작성한 유엔 여성폭력특별감독관 라디카 쿠마라스와미는 “가정폭력은 결코 면책되지 않으며 반드시 처벌한다는 것을 각국 정부가 실천해야만 여성과 어린이에 대한 폭력은 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유엔인권이사회에서는 부부간에도 원치 않는 성행위는 강간으로 규정해 처벌 하는 등 가정폭력과 남녀차별 근절 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백경학기자>stern10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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