阿 에티오피아-에리트레아 평화협상 1년만에 전투재개

  • 입력 2000년 5월 14일 19시 29분


아프리카 동부 지역에 있는 에티오피아와 에리트레아가 12일 1년여만에 대규모 전투를 다시 시작했다. 두 나라는 1993년 에리트레아가 에티오피아로부터 독립할 당시 국경선을 명확히 하지 않았다가 98년 전면전에 들어갔으며 지난해 2월부터 평화협상을 시작하면서 전투를 중단했었다.

에리트레아는 이날 “에티오피아군이 바드메 잘람베사 부레 등 3개 전선에서 다시 공격해왔다”고 밝혔다. 에티오피아 정부도 “서부 및 중부전선에서 재개된 양측간 충돌이 동쪽으로 확산돼 4개 지역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고 확인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긴급회의를 열고 “양국이 72시간 내에 전투를 중단하지 않으면 무기금수를 포함한 경제제재를 가하겠다”고 경고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는 “양국간 전투가 재개돼 에티오피아 기아구제 활동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번에 전투가 재개된 것은 국경선 문제뿐만 아니라 양국 정권의 정통성, 통화(通貨)문제, 항구시설 이용 등 때문.

에티오피아는 연방제와 지방분권제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반면 에리트레아는 중앙집권제를 유지하면서 에티오피아 통화인 ‘비르’ 대신 독자 통화인 ‘나프카’를 택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내륙국인 에티오피아로 가는 유엔구호품을 에리트레아가 가로채고 항구를 봉쇄하는 등 감정 대립이 심해졌다. 양국이 전면전을 시작한 이래 10만여명이 숨졌고 난민도 60여만명이나 발생했다.

<윤양섭기자> laila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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