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I"美 국무부에 기자 가장한 스파이 활개"

  • 입력 2000년 5월 12일 19시 14분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국무부 내에 외국 특파원으로 가장한 스파이들이 활동하고 있다고 주장, 파문이 일고 있다.

FBI의 실무 책임자(section chief)인 티모시 베레즈네이는 11일 하원 국제관계위원회에서 “외국 정보기관의 알려진 요원 몇 명이 기자로 가장해 국무부에 아무 제한 없이 접근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베레즈네이는 “특파원을 가장한 정보요원들은 자국의 국익을 옹호하거나 미국의 정책 결정자들에게 영향을 미치기 위한 활동을 벌여왔다”고 밝혔다.

그는 또 “FBI는 요청이 있을 경우 국무부 출입증을 갖고 있는 적대적인 정보요원들의 신원을 국무부에 통보해 출입을 제한하거나 동태를 감시하도록 협조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들이 어느 국가의 어느 언론 소속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은 “기자를 가장한 스파이가 국무부에 접근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FBI와 중앙정보국(CIA) 등 관계 기관과 협의해 진상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빌 클린턴 대통령도 “FBI가 밝힌 내용은 처음 듣는 것”이라며 “진상을 알아보겠다”고 말했다.

현재 미 국무부에는 467명의 미국 기자와 56명의 외국 특파원이 출입기자로 등록돼 있다.

국무부는 외국인은 청사 내에서 반드시 직원들의 안내를 받을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출입 특파원들은 1층 로비와 프레스룸이 있는 2층에 한해 안내 없이 다닐 수 있도록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국무부에선 최근 극비 사항이 담긴 노트북 컴퓨터가 분실되는 등 잇단 보안사고가 발생했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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