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취임식 분위기]옛 러 황제의 대관식처럼 장중

  • 입력 2000년 5월 8일 00시 05분


7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취임식은 1500여명의 제한적인 내빈만 참석했고 30여분만에 끝났지만 옛 러시아 황제(차르)의 대관식을 연상시키는 화려하고 장중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취임식장인 크렘린의 대회궁전(大會宮殿)은 차르가 외국사절을 접견했던 곳. 소련 시절에는 연방최고회의가 열리던 곳이다.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을 마지막으로 정부요인과 상하원의원 모스크바 주재 외교단이 행사장에 모두 들어오자 러시아국기와 휘장이 들어와 새 대통령 푸틴을 기다렸다.

크렘린 주변의 일반 교통이 통제된 가운데 도착한 푸틴은 현지시간 7일 정오 박수를 받으며 대회궁전의 게오르기 홀과 알렉산드르 홀을 거쳐 금빛 장식이 휘황찬란한 안드레이 홀의 붉은 카펫을 걸어 들어왔다.

푸틴은 헌법에 손을 얹고 “나는 국민의 인권과 자유를 존중하고…”로 시작되는 선서를 했다. 곧이어 옐친이 축사를 하고 금으로 된 러시아 국장이 새겨진 대통령 상징을 전달했다. 부인 나이나 여사와 함께 참석한 옐친은 “흥분된다”며 푸틴보다 더 들뜬 표정이었다. 옐친은 “러시아 역사상 처음으로 평화적이고 합법적인 정권교체가 이루어졌다”며 은근히 자신의 공을 내세웠다.

푸틴의 취임사는 짤막했지만 진지하고 힘이 넘쳤다. 그가 “지방에 갔을 때 행인들이 몰려들어 ‘우리는 당신을 믿고 희망을 걸고 있으니 제발 배신하지 말라’고 부탁하던 것을 절대로 잊지 않겠다”고 말하면서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취임사를 마치자 30발의 축포와 크렘린 성벽의 종이 울려 퍼지면서 취임식은 끝났다.

이어 푸틴은 옐친과 함께 사원광장으로 나와 크렘린 근위연대의 사열을 받은 후 크렘린 성벽에 있는 무명용사의 탑에 헌화했다.

취임식에는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도 참석했으며 푸틴의 초등학교 은사였던 베라 구레비치 할머니가 옛 제자의 대통령 취임을 축하하기 위해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비행기로 3시간을 날아와 참석해 눈길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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