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전시체제 선언…"반군소탕 총력"

  • 입력 2000년 5월 4일 19시 43분


스리랑카 정부는 3일 반군과의 전시 체제에 들어간다고 선언했다.

망갈라 사마라위라 언론장관은 이날 국영 TV에 나와 “찬드리카 쿠마라퉁가 대통령은 반군과의 전투에 국가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즉각 전시체제에 들어가기로 했다”면서 “앞으로 3개월간은 급하지 않은 개발사업은 전면 중단하고 이 재원을 반군과의 전쟁에 쓸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조치는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무장단체 타밀엘람해방호랑이(LTTE)가 자프나 반도 대부분을 장악하자 나왔다. LTTE는 자체 라디오 방송인 ‘호랑이의 소리’를 통해 “자프나로 통하는 11㎞의 해안 도로 및 보급로를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자프나 반도에서 반군과 전투해 온 2만5000명∼4만명에 이르는 정부군이 고립될 위기에 빠졌다.

한편 외신들은 “8월 총선을 앞두고 정부군의 패배는 집권당인 국민동맹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전했다. 최대 야당인 통일국민당은 타밀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정부를 계속 공격하면서 다수족인 싱할리족의 총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스리랑카 내전의 원인은 민족갈등 때문. 소수 타밀족은 싱할리족에 밀려 채용이나 교육과정에서 차별을 받았다. 이 내전은 1983년 타밀족 밀집 거주지인 자프나 반도에서 싱할리족 경찰 13명이 살해되면서 시작됐다. 이에 대한 보복으로 남부지역에서 수백명의 타밀족이 학살되고 수천명이 고향에서 쫓겨났다.

타밀족은 90년 무장 게릴라 활동으로 자프나 반도의 주도권을 잡고 자체적으로 치안 행정 사법체계를 갖추고 소규모 해군까지 거느리다가 95년에 정부군에게 주도권을 뺏겼다. 그러나 몇 주일 전부터 LTTE는 대규모 반격에 나서 자프나 반도의 주도권을 거의 장악했다.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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