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MS위기 분석]"게이츠는 카리스마 소유자"

  • 입력 2000년 5월 2일 19시 51분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빌 게이츠 회장은 10여년 만에 MS를 세계 최대의 기업으로 키웠다. 그러나 MS는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분할될 위기를 맞아 주가는 떨어지고 직원들이 이탈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 워싱턴포스트지는 1일 이 같은 MS의 급속한 성장과 위기는 ‘사교(邪敎)의 교주’와도 같은 게이츠의 카리스마적 성격과 MS의 기업 분위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보도했다.

MS에서 7년간 일하다 인터넷 회사 ‘인포스페이스’를 차려 독립한 나빈 제인 회장(40)의 말.

“게이츠는 돈에 신경 안쓴다. 경쟁자를 제압하는 데만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 사원들은 그를 두려워하면서도 존경한다. 그가 퇴근도 하지 않고 일에 빠져 있기 때문에 사원들도 일에 열중한다. 그는 종교의 교주와도 같았고 직원들은 신도나 마찬가지다.”

제인은 “신생 첨단 기업은 새로운 기술과 제품, 서비스가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낼 것이라는 절대적인 믿음이 없으면 안된다”면서 “최고경영자가 이 역할을 해야 하는데 게이츠는 그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제인은 게이츠의 경영스타일이 MS를 분할위기로 몰아가는 한 원인이 됐을 수 있지만그는 ‘MS 왕국’을 건설하는 최적의 경영자였으며 많은 첨단 기업 경영자들이 ‘게이츠 모델’을 본떴다고 잘라 말했다.

이 같은 분석에 대해 MS의 대변인 그레그 쇼는 “종교적인 분위기라고까지 할 수는 없으나 많은 직원들에게서 게이츠 회장과 비슷한 특성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비전있는 기업의 성공적인 습관들’이라는 책을 쓴 제임스 콜린스는 MS를 ‘회사라기보다는 유능하고 돈을 많이 받는 사람들로 둘러싸인 한 개인’ ‘게이츠가 바퀴의 중심인 커다란 한 개의 바퀴’라고 일컬었다.

콜린스는 첨단 기업은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고 지적했다. 한사람이 조직을 이끄는 MS같은 유형과 조직의 시스템이 최고경영자보다 앞서는 델 컴퓨터 유형으로 나뉜다는 것. 콜린스는 “수년 전 델 컴퓨터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는 최고경영자보다 더 유능한 사람이 나서서 회사를 구했지만 MS가 비슷한 상황에 처하면 문을 닫고 말 것”이라고 지적했다.

MS의 이 같은 약점을 인식하고 있는 제인도 “나도 ‘교주형’ 지도자라고 생각하지만 차츰 외부 인사를 영입해 ‘사업가형 종교지도자’로 변신할 것”이라고 털어놨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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