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鄕愁 생길까'…많은 유권자 퇴임 아쉬워해

  • 입력 2000년 5월 1일 19시 35분


퇴임을 8개월 앞둔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최근 백악관 출입기자단이 여는 연례 만찬에서 타고난 유머 감각을 유감 없이 발휘해 참석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화이트워터 스캔들과 르윈스키 스캔들 등으로 언론의 끊임없는 공세에 시달렸던 클린턴은 재임 중 마지막이 될 이번 만찬에서 “8년 동안 여러분에게 족히 20년 분량의 기사거리를 제공했다”고 농담을 던졌다.

이날 클린턴이 참석자들을 더욱 즐겁게 했던 것은 배우로도 손색이 없을 만큼 뛰어난 코믹연기였다고 ABC방송이 1일 전했다. 클린턴은 이날 임기 말년의 백악관 생활을 담은 자신의 개그비디오를 선보여 만찬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비디오는 클린턴이 기자회견장에서 각종 정책을 열정적으로 설명하는 장면부터 시작된다. 기자회견장에는 최장수 백악관출입기자인 UPI통신의 헬렌 토머스가 혼자 앉아 있다. 그나마 졸고 있던 토머스는 벌떡 일어나 놀란 듯이 “아니, 아직도 퇴임 안했나요?” 하고 묻는다.

클린턴은 잔뜩 실망한 표정으로 집무실로 돌아가지만 비서들이 모두 자리를 비워 수없이 걸려오는 전화를 혼자 받아야 한다. 전화는 모두 아내 힐러리를 찾는 것.

상원의원 선거 때문에 바쁜 아내를 위해 샌드위치를 만들던 클린턴은 힐러리가 차를 타고 외출하자 허겁지겁 쫓아가며 외친다. “여보, 점심 싸놨는데 가져가요!”

백악관 출입기자와 초대 손님 등 2500명이 참석한 이날 만찬에는 샤론 스톤, 케빈 스페이시, 알렉 볼드윈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대거 참석했지만 최고 스타는 단연 비디오에서 열연한 클린턴이었다고 미 언론은 평했다.

비디오 상영이 끝나자 참석자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클린턴에게 박수를 보냈다. 그러자 클린턴은 한껏 감동한 표정으로 “세상에, 기자들이 나를 좋아하다니!” 하며 다시 한번 좌중을 웃겼다.

평소 클린턴을 코미디 소재로 삼곤 했던 인기 토크쇼 진행자 제이 리노는 “나보다 더 클린턴의 퇴임을 슬퍼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클린턴 덕분에 인기를 얻은 것은 물론 (돈을 많이 벌어) 새 자동차와 집까지 마련했다”고 농담했다. 리노는 “나는 클린턴 향수(Clinton Nostalgia)에 걸릴 것”이라며 진심으로 클린턴의 다가온 퇴임을 아쉬워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차기 대통령선거를 6개월 앞두고 새삼 클린턴이 뛰어난 지도자였음을 인정하는 유권자가 늘고 있다고 1일 보도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클린턴 염증(Clinton fatigue)’이 올 대선의 주요 변수라는 분석이 있었으나 이제는 ‘클린턴 향수’가 유권자, 특히 민주당원들 사이에서 높아지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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