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공무원 임시휴무…워싱턴'세계화 반대'시위 격화

  • 입력 2000년 4월 17일 19시 08분


자유무역주의를 내세워 ‘세계화’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의 심장부 워싱턴에서 세계화에 반대하는 시위가 연일 거세게 벌어지고 있다.

이번 ‘반 세계화’ 시위는 16일의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상반기 회의에 맞춰 전개되고 있다. 1만여명의 시위대는 IMF 등이 미국을 비롯한 서방선진국의 ‘세계화’ 전략을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며 16일 IMF 건물을 에워싼 채 각국 대표단과 취재진의 회의장 출입을 막으려고 시도, 경찰과 곳곳에서 충돌했다. 경찰은 회의장 주변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보행자와 차량의 통행을 막았으며 최루탄과 물대포 등을 사용해 시위대를 저지했다.

미 정부는 회의 폐막일인 17일의 엿새째 시위가 가장 심할 것으로 보고 IMF 본부 인근의 백악관 상무부 재무부 등 연방정부 기관 공무원에 대해 임시 휴무를 지시했다.

이번 시위는 지난해 11월30일∼12월2일 시애틀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 때에 이은 두 번째 반 세계화 시위. 시애틀 시위만큼은 위력이 없지만 ‘세계화’의 문제점을 현안으로 제기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미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 최근호(4월24일자)는 ‘세계화의 반동’이라는 제목의 커버스토리를 통해 “많은 정치 경제 지도자들은 세계화에 대한 반발이 이처럼 심각한 데 충격을 받고 있다”면서 세계화의 부작용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할 시점이라고 보도했다.

비즈니스위크가 해리스와 공동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미국인의 68%가 세계화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었다. 이에 따라 공장의 해외이전에 따른 미 근로자의 고용 불안정과 임금삭감 대책, 공해산업이 이전된 개발도상국의 환경과 노동문제 등에 대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이 주간지는 지적했다.

한편 15일 쿠바에서 폐막된 개발도상국 77개국 정상회의에서는 반 세계화 시위를 지지하는 성명이 발표됐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