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반 세계화’ 시위는 16일의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상반기 회의에 맞춰 전개되고 있다. 1만여명의 시위대는 IMF 등이 미국을 비롯한 서방선진국의 ‘세계화’ 전략을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며 16일 IMF 건물을 에워싼 채 각국 대표단과 취재진의 회의장 출입을 막으려고 시도, 경찰과 곳곳에서 충돌했다. 경찰은 회의장 주변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보행자와 차량의 통행을 막았으며 최루탄과 물대포 등을 사용해 시위대를 저지했다.
미 정부는 회의 폐막일인 17일의 엿새째 시위가 가장 심할 것으로 보고 IMF 본부 인근의 백악관 상무부 재무부 등 연방정부 기관 공무원에 대해 임시 휴무를 지시했다.
이번 시위는 지난해 11월30일∼12월2일 시애틀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 때에 이은 두 번째 반 세계화 시위. 시애틀 시위만큼은 위력이 없지만 ‘세계화’의 문제점을 현안으로 제기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미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 최근호(4월24일자)는 ‘세계화의 반동’이라는 제목의 커버스토리를 통해 “많은 정치 경제 지도자들은 세계화에 대한 반발이 이처럼 심각한 데 충격을 받고 있다”면서 세계화의 부작용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할 시점이라고 보도했다.
비즈니스위크가 해리스와 공동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미국인의 68%가 세계화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었다. 이에 따라 공장의 해외이전에 따른 미 근로자의 고용 불안정과 임금삭감 대책, 공해산업이 이전된 개발도상국의 환경과 노동문제 등에 대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이 주간지는 지적했다.
한편 15일 쿠바에서 폐막된 개발도상국 77개국 정상회의에서는 반 세계화 시위를 지지하는 성명이 발표됐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