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젊은층 사이버 주식거래 열풍…대학생 투자클럽 속출

  • 입력 2000년 4월 17일 07시 56분


인터넷 실력으로 무장한 젊은 소액투자자들이 요즘 프랑스 증권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현재 프랑스 주식투자자들은 15세 이상 인구의 18%인 800여만명. 대부분이 최근 3년 사이에 주식투자에 뛰어든 25∼40세의 젊은이들이다.

5년전만 해도 증권시장을 드나드는 사람들은 연금 생활자 또는 많은 유산을 물려받은 소수층이었으나 6년째 계속된 프랑스의 경제호황 때문에 시장 문턱이 아주 낮아진 것.

기욤 드 샤리 인터넷증권회사협회 부회장은 “주식거래 계좌를 트는데 1000프랑(약16만원)이면 되는데다 인터넷의 증시 관련 정보를 통해 젊은이들은 복잡한 시장에 금세 적응한다”고 말했다. 일간지 르몽드는 “제각각 휴대전화를 갖는 것처럼 주식투자가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

이 때문에 5년전에 첫선을 보인 온라인 주식중개인들은 15만명으로 늘었다. 주식투자 관련 잡지들도 호황을 누린다. 3년전만 해도 판매부수 10만부에 불과했던 경제주간지 엥베스티르는 19만부로 늘었고 경쟁지 파이낸셜 라이프는 9만부였던 판매부수가 1년만에 14만5000부로 뛰었다. 인터넷 잡지 가운데 가장 인기있는 부르소라마는 3월 한달 동안만도 141만 건의 조회건수를 기록했다.

1998년 파리증권거래소가 문을 연 ‘주식학교’의 초보자코스는 늘 등록매진 상태다. 1만여명이 강습을 받기 위해 대기중이고 이들의 3분의 1은 34세가 채 안됐다.

주식투자 열기는 학교에까지 퍼졌다. 경제학과 경영학으로 유명한 파리 9대학에 올 1월 학생주식투자클럽이 창설되는 등 몇몇 대학 경제 경영학 전공학생들이 잇따라 투자클럽을 결성했다.

파리고등상업학교(HEC) 로랑 마뤼아니교수는 “젊은 주식투자자들은 부의 축적을 노동에 대한 보상으로 여기는 전통적인 가치관은 물론 정치권력에 큰 의미를 두는 68세대와도 단절돼 있다”며 “노동없이 증시를 통해 부의 축적을 추구하는 이들은 새로운 문화혁명의 주역”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사회심리학자 다니엘 라포포르는 “인터넷 증시 열기는 여기에 끼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상대적인 박탈감을 안겨주는 것은 물론 투자자 스스로도 항상 인터넷과 연결돼 있지 않으면 돈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게 된다”고 경고한다.

<파리〓김세원특파원>clai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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