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하라 "3國人은 中-파키스탄人"…해명 되레 파문확대

  • 입력 2000년 4월 13일 00시 29분


일본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한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일본 도쿄(東京)도지사의 ‘3국인’ 발언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대될 조짐이다. 이시하라지사는 자신의 발언에 대해 재일한국인을 비롯한 국내외의 비난이 거세게 일자 12일 도쿄도청에서 가진 해명 기자회견에서 “내가 말한 3국인은 중국인과 파키스탄인”이라고 밝혀 그의 발언 파장은 오히려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시하라지사는 이날 “내가 말한 제3국인은 불법입국해 살고 있는 외국인들을 지칭한 것”이라며 “불법 이민자들, 특히 중국인들이 골칫거리”라고 비난했다.

그는 또 “파키스탄인들이 중국산 마약을 유통시키고 있다”면서 “이들이 도쿄의 밤거리를 어지럽히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시하라지사는 재일 한국인의 반발을 불러일으킨 자신의 발언에 대해 미안한 감정을 느끼고 있으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앞으로 3국인이란 용어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언론이 자신의 말을 잘못 전달했다고 책임을 전가하면서 재일 외국인 등에게 사죄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에 앞서 재일동포 신숙옥(辛淑玉)씨와 일본인 평론가 사타카 마코토(佐高信) 등 각계 인사들은 이날 오전 도쿄도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시하라지사에게 “외국인을 흉악범으로 취급한 근거를 밝히라”고 요구하는 공개질의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제3국인’이란 용어는 관동대지진 당시 조선인 대학살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표현”이라며 “앞으로 인터넷 등을 통해 이시하라지사의 발언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 방법으로 지사 사임운동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재일동포 단체인 민단도 이시하라지사에게 항의의 뜻을 전달한데 이어 도청앞 시위 등 후속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북한 노동신문은 이날 “조-일(북-일)관계를 극단적 대결상황으로 몰아가고자 하는 망언으로 공식사죄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모리 요시로(森喜朗)일본총리는 “이시하라가 정말로 도쿄지사의 자격으로 이런 용어를 사용했다면 온당치 않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시하라지사는 9일 육상자위대의 한 부대 창설기념식에 참석해 “3국인, 외국인의 흉악한 범죄가 계속되고 있어 지진이 일어나면 소요가 예상된다”며 자위대가 대응책을 세울 것을주장했다.

<도쿄〓이영이특파원> 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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