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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3월 23일 19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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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드 하셈 기념관을 찾은 바오로 2세는 “나는 이 엄숙한 추모의 장소에서 유대인들이 20세기에 겪었던 비극에 대해 우리가 느끼고 있는 슬픔이 기독교인과 유대인 간에 새로운 관계로 발전하길 간절히 기도한다”고 말했다.
로마 가톨릭 교회 교황으로서는 36년 만에 중동을 방문한 요한 바오로 2세는 눈에 띄게 건강이 나빠 보이지만 성지 순례의 감격 때문인지 빡빡한 일정을 그럭저럭 잘 견뎌내고 있다고 AP통신이 23일 전했다.
5월이면 80세가 되는 교황에게 오전 8시부터 시작되는 공식 일정은 평소 건강하다 해도 버거운 것이다. 교황은 이날 오전 8시 예루살렘 숙소를 떠나 자동차에서 헬리콥터로 갈아타고 요르단강 근처 알마그타스로 갔다. 교황은알마그타스에서 다시 항공편으로 베들레헴으로 가 환영식에 참석한 후 팔레스타인 영토로 가서 2시간 동안 미사를 집전했다. 이곳에서 몇몇 성지를 둘러본 뒤 팔레스타인 난민수용소를 방문하고 이어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만났다. 교황은 중간 중간에 4차례나 연설을 했다. 교황이 공식 일정을 마치고 예루살렘의 숙소로 돌아온 것은 오후 7시반이 넘어서였다.
교황은 베들레헴 말구유광장에서 미사를 진행하는 도중 틈틈이 자리에 앉아 휴식을 취했으며 두 손은 눈에 띌 정도로 심하게 떨렸다. 발음도 불분명했으며 느릿느릿 구부정하게 걷는 모습은 파킨슨병이 더욱 악화됐음을 알 수 있게 했다.중동 성지 순례는 교황이 즉위한 후 처음 맞은 크리스마스때 빌었던 첫 소원이었다고 한다. 20년 넘게 소망해 온 성지 순례가 새 밀레니엄을 맞아 마침내 이루어지자 교황은 “하느님의 놀라운 은총을 어떻게 찬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라며 기뻐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