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1954년 29세에 감독으로 데뷔해 지금까지 31편의 극장용 영화와 6편의 TV용 영화를 찍으면서 민족해방과 자유에 대한 강한 열망을 담은 작품으로 일관했다.
44년 바르샤바 봉기에 관한 영화 ‘카날’, 2차대전 뒤 민족의 분열과 이념 갈등을 그린 ‘재와 다이아몬드’, 사회주의 현실의 부조리를 고발한 ‘대리석의 사나이’ 등이 대표적인 명작.
미국 영화과학 아카데미가 이제 그의 업적을 기려 평생공로상 수상자로 결정했지만 자유화된 지 10년된 폴란드에서는 정작 그의 작품이 잊혀진 느낌이었다. 자유를 향한 투쟁 대신 시장경제 체제에서 ‘돈을 향한 투쟁’에 들어간 폴란드인들은 과거를 돌아볼 여유를 잃은 듯했기 때문.
그러나 거장은 다시 돌아왔다. 19세기 폴란드의 문호 아담 미츠키에비치를 소재로 그가 만든 영화 ‘판타데우스’가 최근 폴란드 흥행 사상 최고인 6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것이다. 그는 21일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가치관의 혼돈 속에서도 국민의 가슴 저편에는 민족적 정체성에 대한 갈구가 남아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