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共 구조대 수재민 구조에 '앙숙' 모잠비크 감동

  • 입력 2000년 3월 13일 19시 25분


50년만의 최대 홍수로 시달리는 아프리카 남부 모잠비크에서는 몸을 던져 수재민들을 구조해주는 인근 남아프리카공화국 군인들의 노고에 국민이 감동하면서 양국간에 해묵은 감정이 풀리고 있다고 미국 일간지 워싱턴타임스가 13일 전했다.

지난달 중순 모잠비크에 물난리가 시작되자 남아공은 300만달러(약 33억원)의 지원금과 헬리콥터 7대, 조종사 등 75명의 군인 구조대를 급파했다. 군인 구조대는 물바다가 된 림포포강 인근 지역 등을 돌면서 지붕이나 나무에 매달려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는 모잠비크인들을 구해왔다.

폭우가 잠시 멈추면 숨가쁘게 이곳저곳에서 인명을 구해내는 작업을 3주일 이상 강행하면서 전대원이 거의 탈진 상태에 이르렀다. 이런 사실이 전해지자 모잠비크에서는 과거 남아공에 대해 가졌던 적개심이 누그러지고 있다.

모잠비크인들이 남아공에 대해 적개심을 가진 것은 1975∼90년 모잠비크의 장기 내전 기간에 남아공 백인정권이 모잠비크 우파 반군에게 돈과 무기를 지원하면서 내전을 부추겼기 때문.

그러나 남아공에 1994년 넬슨 만델라의 흑인 정권이 들어서고 만델라가 98년에 사모라 마셜 모잠비크 전대통령(사망)의 부인 그라사와 결혼하면서 양국은 가깝게 느끼기 시작했다.

남아공 구조대로 나선 헬기 조종사 크리스 베를린은 “이번 구조에는 흑인도 백인도, 남아공도 모잠비크도 구별이 없었다”며 “다만 아프리카인으로서 아프리카인을 도왔다”고 말했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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