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샤리프前총리 변호사 피살… 軍-사법부 갈등 증폭

  • 입력 2000년 3월 10일 23시 51분


지난해 10월 군사 쿠데타로 축출돼 반역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나와즈 샤리프 전 파키스탄 총리의 수석 변호사인 이그발 라아드가 10일 괴한들의 총격을 받고 숨졌다고 AP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라아드는 이날 파키스탄 카라치 시내 한 건물 2층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에 습격한 괴한들이 쏜 총에 맞고 현장에서 숨졌다고 파키스탄 경찰이 밝혔다. 라아드와 함께 사무실에 있던 친구와 사환도 같이 숨졌다.

목격자들은 소총과 권총 등으로 무장한 괴한 3명이 라아드의 사무실에 침입했으며 곧바로 총소리가 들렸다고 전했다. 괴한들은 곧바로 사무실에서 나와 밖에서 주변을 살피던 다른 한 명과 함께 차를 타고 사라졌다는 것.

파키스탄 경찰은 “라아드가 왜 피살됐는지 현재로선 알 수 없으며 이번 사건 용의자도 확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외신들은 군부정권의 사주를 받은 세력이 재판을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끌고 가려고 라아드를 살해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파키스탄 경찰의 한 고위 관계자는 “샤리프 전총리의 재판을 방해하려는 테러일 수도 있고 개인적인 원한 때문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라아드의 한 친지는 “지난 며칠사이 라아드는 누군가 자신을 협박한다고 불평했다”고 말했다.

샤리프 전총리는 지난해 10월12일 군부 실권자인 페르베즈 무샤라프 육군 참모총장이 주도한 군사 쿠데타로 실각했다. 샤리프는 당시 스리랑카를 방문하고 돌아오던 무샤라프 등 198명이 탑승한 여객기가 이슬라마바드 공항에 착륙하지 못하도록 지시했다가 군부정권에 의해 반역, 비행기 납치, 살인미수, 테러 등의 혐의로 재판에 부쳐졌다.

하지만 샤리프 전총리의 재판을 맡은 판사들은 그동안 군부의 뜻에 어긋난 행동을 해 군부를 여러 차례 난처하게 했다. 파키스탄 고등법원의 샤비르 아흐메드 판사는 1월12일 심리를 거부하고 사건을 하급심으로 되돌려 보내 군부의 권위에 타격을 줬다. 파키스탄 대법원장은 1월26일 군부에 대한 충성서약을 거부해 곧 해임됐다.

<김태윤기자> terren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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