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정부, 고위관료 언론매체 '말' 감시

  • 입력 2000년 2월 21일 19시 42분


러시아 정부가 외래어와 인터넷 상업방송 등의 영향으로 ‘오염’된 러시아어를 바로잡기 위해 ‘검열’을 시작하기로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권한대행의 지시에 따라 부총리와 교육부 장관, 저명한 작가와 언어학자로 구성된 ‘러시아어 위원회’가 3월 설치돼 고위관료 등 지도층 인사와 언론매체의 ‘말’을 감시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러시아 고위관료는 앞으로 공식석상에서 잘못된 언어를 구사하면 인사상의 불이익을 받게 된다. 고위관리는 공식 발언을 할때는 내용뿐만 아니라 언어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

위원회는 무분별한 외래어와 비속어 사용으로 언어 오염을 부추기는 언론도 규제하기로 했다.

언어학자들은 러시아어를 망친 주범이 정치지도자들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의 경우 지적인 인상과는 달리 재임시 남부사투리를 구사하며 문법도 자주 틀린 ‘교양없는’ 지도자였다는 것.

푸틴 권한대행은 정확한 러시아어를 구사하지만 겨우 1500단어 안팎의 빈약한 어휘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됐다.

저명한 정치평론가인 보리스 카갈리츠키는 언어는 사회를 반영하기 때문에 사회가 안정을 되찾으면 자연히 러시아어도 제대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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