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총선 하타미세력 압승]중동 개혁도미노 예고

  • 입력 2000년 2월 20일 20시 02분


18일 이란 총선에서 모하마드 하타미 대통령이 이끄는 개혁파가 압승한 것은 개혁과 변화를 바라는 이란인의 열망이 표출된 것이라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하타미 정부는 향후 △미국 등 서방과의 관계 개선 △성직자의 정치참여 제한 △시장 개방 △철도 통신 분야의 민영화 △남녀차별 철폐 △언론 자유화등 광범한 개혁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번 총선이 더 나아가 중동에 민주주의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이스라엘과 아랍권의 관계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란 총선은 한 선거구에서 여러 명을 뽑는 대선거구제라 개표에 많은 시간이 걸리고 1차투표에서 25% 이상 득표자가 없으면 결선투표를 치르기 때문에 최종 결과는 4월에야 나온다. 그러나 현 개표 결과를 토대로 볼 때 개혁파는 총 의석의 3분의 2를 장악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현재는 전체의석 270석 가운데 개혁파가 80석, 보수파가 120석을 점유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중도파.

이번 총선 투표율은 유권자 3870만명중 3200만명이 참가해 79년 이슬람교혁명 이래 최고치인 83%를 기록했다. 전체 유권자의 65%를 차지하는 젊은 층과 50%를 차지하는 여성이 적극 투표에 참가해 개혁파가 승리했다고 미국의 CNN방송은 분석했다. 97년 하타미대통령의 집권이후 등장한 개혁적 성향의 신문들도 개혁파 승리에 일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개혁파와 보수파의 지도자간 정치적 명암도 크게 엇갈렸다.

보수파 연합전선인 ‘호메이니의 추종자들’을 이끌고 있는 악바르 하셰미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66)은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라프산자니 전대통령은 그동안 개혁파를 지지해왔으나 지난해 보수파가 차기 마즐리스(의회) 의장 자리를 약속하며 지원을 요청하자 갑자기 보수파 지지로 돌아섰다. 그러나 이번 총선에서 보수파가 패배함에 따라 라프산자니의 정치적 입지가 크게 좁아졌다고 외신은 전했다.

반면 하타미대통령의 동생 레자 하타미(40)는 차기 지도자로 유력해졌다. 이란 최대의 개혁정당인 ‘이란 참여전선’의 대표인 그는 지난해 11월 개혁파 18개 정당과 단체를 아울러 ‘5월23일 운동’이라는 연합전선을 결성해 이번 승리를 이끌어낸 주역이 됐다.개혁파의 승리로 하타미대통령이 이끄는 개혁개방 민주화 노선은 더욱 힘을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개혁파가 의회를 장악해도 군부 사법부 방송은 여전히 보수파의 영향력이 커 개혁정책이 쉽게 진행되기는 어렵다. 그러나 국민의 압도적 지지가 확인된 만큼 보수파도 어느 정도 변화를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태윤기자>terrenc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