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이블레에 대한 사퇴 압박이 본격화된 것은 그가 독일 군수업체 티센사의 무기 중개상 카를 하인츠 슈라이버로부터 10만마르크(약 6000만원)의 불법자금을 받았다는 사실이 작년말 드러나면서부터였다.
쇼이블레는 이 사실을 시인했고 1994년 슈라이버를 두차례 만났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지난 달 18일 기민당 당집행위원 회의는 그를 재신임했다. 대신 쇼이블레의 정치적 대부(代父)인 헬무트 콜 전 총리가 명예당수직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지난달 31일 독일 공영 ZDF방송이 쇼이블레가 95년에도 슈라이버를 만났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그는 거짓말을 한 것이다.
여기에다 14일 브리기테 바우마이스터 전 기민당 재정담당책임자(여)가 위르겐 마스만 티센사 사장과 내연의 관계였으며 콜 전총리에게 티센의 무기를 수출할 수 있게 해달라고 로비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기민당의 비자금 스캔들은 갈수록 추악한 면모를 드러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번 기회에 당 지도부를 대폭 물갈이해야 한다는 주장이 당내부에서 잇따랐다. 쇼이블레는 4월 전당대회 때까지만 당수직에 있으면서 비자금 스캔들을 마무리 짓는 역할만 맡게끔 상황은 급류를 탄 것이다.
쇼이블레는 1998년 선거에서 진 헬무트 콜 전총리의 뒤를 이어 기민당 당수가 됐다. 그는 1990년 고향의 한 레스토랑에서 정신이상자가 쏜 총에 맞아 하반신이 마비돼 휠체어에 의지해 활동하고 있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