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이블레 사임]불법자금에 발목잡혀 정치생명 단축

  • 입력 2000년 2월 17일 01시 09분


독일 기민당(CDU)의 볼프강 쇼이블레 당수가 16일 결국 사임 계획을 밝힌 것은 비자금 스캔들이 끈질기게 당의 정치적 입지를 위협하는데다 내부에서도 지도부 세대교체 목소리가 높기 때문이다.

쇼이블레에 대한 사퇴 압박이 본격화된 것은 그가 독일 군수업체 티센사의 무기 중개상 카를 하인츠 슈라이버로부터 10만마르크(약 6000만원)의 불법자금을 받았다는 사실이 작년말 드러나면서부터였다.

쇼이블레는 이 사실을 시인했고 1994년 슈라이버를 두차례 만났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지난 달 18일 기민당 당집행위원 회의는 그를 재신임했다. 대신 쇼이블레의 정치적 대부(代父)인 헬무트 콜 전 총리가 명예당수직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지난달 31일 독일 공영 ZDF방송이 쇼이블레가 95년에도 슈라이버를 만났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그는 거짓말을 한 것이다.

여기에다 14일 브리기테 바우마이스터 전 기민당 재정담당책임자(여)가 위르겐 마스만 티센사 사장과 내연의 관계였으며 콜 전총리에게 티센의 무기를 수출할 수 있게 해달라고 로비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기민당의 비자금 스캔들은 갈수록 추악한 면모를 드러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번 기회에 당 지도부를 대폭 물갈이해야 한다는 주장이 당내부에서 잇따랐다. 쇼이블레는 4월 전당대회 때까지만 당수직에 있으면서 비자금 스캔들을 마무리 짓는 역할만 맡게끔 상황은 급류를 탄 것이다.

쇼이블레는 1998년 선거에서 진 헬무트 콜 전총리의 뒤를 이어 기민당 당수가 됐다. 그는 1990년 고향의 한 레스토랑에서 정신이상자가 쏜 총에 맞아 하반신이 마비돼 휠체어에 의지해 활동하고 있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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