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尼 파워게임 어디로]위란토 완전제거 불투명

  • 입력 2000년 2월 14일 19시 54분


압두라만 와히드 대통령이 14일 군부 실세인 위란토 정치안보조정장관의 직무를 정지시켜 2주일에 걸친 두 사람의 ‘힘겨루기’는 일단 와히드 대통령의 승리로 끝났다.

와히드는 13일 장기간의 해외순방을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부통령, 위란토, 마르주키 다루스만 검찰총장과 긴급 회의를 갖고 위란토를 유임시키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와히드는 몇시간 만에 생각을 바꿔 위란토의 직무를 정지시켰다.

와히드가 갑자기 생각을 번복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일부 전문가는 와히드가 쿠데타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얻어 위란토를 내각에서 내보내기로 했다고 풀이했다.

와히드는 16일간 해외 순방 도중 수차례 위란토에게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이에 따라 쿠데타설이 끊임없이 나돌았으나 군부는 와히드에 대한 충성과 지지를 거듭 밝혔다.

14일 위란토의 직무 정지 조치가 발표된 뒤 아크바르 탄중 국회의장은 “군은 언제나 법을 준수했으며 이번 조치가 합법적인 이상 군부도 받아들일 것으로 보인다”고 밝혀 군부에 큰 동요가 없음을 시사했다.

인도네시아의 경제적 목줄을 죄고 있는 미국 등 국제사회가 와히드의 개혁 및 과거청산 작업에 지지를 보내고 있는 것도 와히드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미 CNN방송은 14일 국제사회는 와히드의 결정을 ‘과거 청산’을 가속화하는 긍정적인 신호로 평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동티모르에서 저질러진 인권 유린과 학살 등의 책임자로 지목되는 위란토는 수하르토 전대통령과 함께 대표적인 ‘청산 대상’. 그는 지난해 10월 와히드가 대통령에 취임한 후 국방장관 및 군 총사령관에서 물러나 정치안보조정장관으로 자리를 옮겨야 했다.그러나 와히드가 위란토를 완전히 권력에서 배제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위란토는 와히드의 대통령 당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와히드는 얼마전 위란토가 동티모르에서의 인권유린과 관련해 유죄판결을 받더라도 사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자카르타포스트지는 14일 위란토가 보수야당인 골카르당에서 재기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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