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제3당 개혁당 내분으로 '흔들'

  • 입력 2000년 2월 13일 19시 35분


‘새로운 미국’을 기치로 내걸고 1995년 출발했던 미국의 제3당 개혁당이 내분 때문에 최대위기를 맞았다.

개혁당 출신의 최고위 공직자인 제시 벤추라 미네소타주지사가 11일 당 노선에 불만을 품고 탈당한 데 이어 잭 가건 당총재가 12일 대의원대회에서 축출됐다.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열린 대의원대회는 109대 31의 압도적 표차로 가건 총재를 축출했다. 가건은 지난해 7월 벤추라의 지원으로 총재에 당선된 벤추라의 ‘대변인’.

이어 대의원들은 경제학자 출신의 패트 초트를 새 총재로 선출했다. 초트는 당을 창당한 로스 페로(92,96년 대선에 출마한 석유재벌)의 최측근이다. 페로측이 당을 장악한 것이다.

당의 내분은 벤추라와 페로의 갈등에서 비롯됐다. 페로측은 지난해 10월 공화당에서 탈당한 보수파 논객 패트 뷰캐넌을 올해 대통령 후보로 밀고 있는 반면 벤추라측은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하고 있다.

여론도 개혁당에 등을 돌렸다. CNN방송이 12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85%가 “내분도 통제하지 못하는 개혁당은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대답했다.

미국 언론은 개혁당이 공화 민주 양당의 틈바구니 속에서 뚜렷한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한것이 파탄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개혁당은 낙태와 감세 같은 선거 현안에 대해 확실한 당론조차 정하지 못했다.분석가들은 개혁당이 대선 후보를 낼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해졌다며 머지 않아 사라질 가능성이 많다고 내다봤다.

<이종훈기자>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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