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일장기-기미가요 갈등 재연…졸업-입학식맞아 논란

  • 입력 2000년 2월 12일 20시 07분


일본에서 ‘국기 국가법’의 시행을 둘러싼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8월 법이 통과된 뒤 처음으로 각급 학교의 졸업식과 입학식을 맞기 때문이다.

도쿄(東京)도교육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도립고교 교장 270여명이 모인 자리에서 “졸업식과 입학식에서 일장기(히노마루)를 게양하고 기미가요를 제창하라”고 지시했다. 도교위측은 “복무상의 ‘명령’이라고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따르지 않으면 징계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똑같은 일이 오사카(大阪)에서도 일어났다.

그러나 교직원노조측은 “일장기 게양과 기미가요 제창은 학생도 부모도 원치 않고 있다”며 반대의사를 밝혔다.

일장기와 기미가요를 교육현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는 국기 국가법안을 만들 때부터 초미의 관심사였다. 정부는 법이 제정돼도 학교에 시행을 강요하지는 않겠다고 약속했었다. 그러나 그 약속을 뒤집은 셈이 됐다.

‘건국기념일’로 휴일이었던 11일에도 찬반양론이 벌어졌다. ‘일본의 건국을 축하하는 모임’은 기념식에서 “국기 국가가 정해짐으로써 청소년이 조국에 대해 긍지를 갖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반대측인 ‘기원절(紀元節·패전전의 건국기념일)문제 연락회의’ 등은 “개인의 양심의 자유에 반하는 조치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문제는 최근 추진되고 있는 ‘일본교육기본법’ 개정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前文)에 ‘역사와 전통문화의 존중’과 ‘애국심’을 넣으려 하는 보수파는 이를 통해 일장기 게양과 기미가요 제창이 정착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반대파와의 마찰이 불가피해질 것이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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