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비아戰犯 '살인기계' 아르칸 괴한총격받고 사망

  • 입력 2000년 1월 16일 20시 03분


보스니아 내전과 코소보사태 당시 인종청소로 악명을 떨친 세르비아계 전범 아르칸(47)이 15일 베오그라드의 한 호텔에서 무장괴한들의 총격을 받고 숨졌다.

유고 탄유그통신은 본명이 젤리코 라즈나토비치인 아르칸이 경호원 1명 등 2명과 함께 총기공격으로 숨지고 아르칸의 처제도 총상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아르칸은 일행들과 함께 이날 오후 5시(현지시간) 베오그라드시내 인터콘티넨털호텔 로비에서 복면을 한 무장괴한들로부터 총격을 받았으며 경찰은 사건후 현장을 봉쇄한 채 용의자 체포에 나섰으나 범인 검거에 실패했다.

아르칸의 사망이 확인되자 서방은 일제히 주요 전범에 대한 국제사회의 사법적 단죄가 불가능하게 됐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로빈 쿡 영국 외무장관은 "폭력적인 삶으로 일관해온 아르칸이 폭력적인 방법으로 죽었다는게 전혀 놀랍지 않다"면서 "다만 보스니아와 코소보에서 인종청소를 주도해온 그와 추종자들을 헤이그 전범재판소에 세워 정의를 실현할 기회를 놓친게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은 파나마 방문중 성명을 내고 "아르칸이 살해됐다는 데 만족하지 않으며 그가 국제재판을 받길 바랬다"고 말했다.

아르칸이 숨졌다는 소식에 대해 코소보주 알바니아계 주민들은 일제히 환호했다.

유고의 야당들은 아르칸의 피살배후와 관련해 그가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유고대통령과 공모해 코소보에서 저질러졌던 반인륜 범죄에 너무 깊숙히 개입돼 있었기 때문에 제거됐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민주당의 조란 진지치 당수는 "시내 최고의 호텔에서 총격이 발생했다는 것은 독재정치와 범죄행위가 판치고 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아르칸은 지난 80년대 초반 유고슬라비아 비밀 첩보부 요원으로 채용돼 서방에 체류중인 반체제인사 살인청부업무를 맡아왔으며 91년 보스니아 내전 당시 크로아티아 주민 250명을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살인기계'로 불렸다.

아르칸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코소보 알바니아계 주민 탄압을 자행하고 있는 유고연방에 공습을 단행하자 코소보주로 잠입, 알바니아계 주민들을 상대로 한인종청소를 자행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아르칸은 밀로셰비치 대통령과 함께 보스니아-크로아티아 전범재판소에 전범용의자로 기소됐다.

[베오그라드·런던AFP·AP·d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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