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OL타임워너 합병, 케이스-레빈회장 작년 10월부터 협상

  • 입력 2000년 1월 11일 19시 52분


사상 최대 규모의 합병으로 새로 출범하는 AOL 타임워너는 엄청난 합병규모 못지않게 호화 경영진도 화제다.

스티브 케이스 아메리카온라인(AOL)회장과 제럴드 레빈 타임워너 회장, 테드 터너 타임워너 부회장 등 3명은 각자가 카리스마를 가진 초중량급 경영인. 이들 3명이 회장(케이스) 최고경영자(CEO·레빈) 부회장(터너)을 각각 맡게 된다. 미국 재계는 개성이 강한 이들 3명이 조화를 이룰 수 있을지 여부에 따라 합병 회사의 성패가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불필요한 마찰을 피하기 위해 각자 업무영역을 분명히 했다.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넷판은 케이스가 기술적인 문제와 해외 경영문제 등 대외적인 부문을 책임지게 됐다고 11일 보도했다. 레빈은 회사의 전략수립과 경영 감독 등 안살림을 챙긴다. 터너의 역할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이번 합병은 지난해 10월 케이스가 레빈에게 전화를 걸면서 시작됐다. 두 사람은 그 직전 프랑스 파리와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열린 국제회의에서 처음 알게 됐다. 합병 협상은 주로 케이스와 레빈이 맡았다. 터너는 관전하는 입장이었다.

케이스와 터너의 성격은 완전히 딴판이다. 케이스는 언론에 등장하는 것을 꺼리며 사생활을 즐긴다. 터너는 ‘남부출신의 입이 큰 사람’이라는 별명대로 말을 가리지 않는다. 터너는 경쟁자인 루퍼트 머독 뉴스코프 회장을 히틀러에 비유하기도 했다. 여배우 제인 폰다와 세번째 결혼했다가 최근 별거하는 등 할리우드 스타 못지않게 화제를 모으고 있다.

케이스는 1985년에 생소했던 PC통신서비스업에 뛰어들 만큼 미래에 대한 비전을 가진 인물. 10명 안팎의 적은 인원으로 출발한 AOL은 직원 1만2000명에 20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세계 최대의 인터넷 서비스제공업체(ISP)로 자리잡았다.

유대인인 레빈은 한때 랍비를 꿈꾸었을 정도로 독실한 유대교 신자. 그는 파라마운트 등 경쟁업체의 방해를 뚫고 1990년 타임과 워너커뮤니케이션스의 합병을 성사시킨 협상의 명수다.

레빈은 조용히 내실을 다지는 인물. 합병직후 막대한 부채로 어려움을 겪었던 타임워너의 재무구조가 견실해진 것도 레빈의 내실경영 덕분이었다.

세계 최대의 케이블뉴스 방송 CNN을 창업한 터너는 유서깊은 아메리카컵 요트경기에서 우승한 경력을 갖고 있을 정도로 모험을 즐긴다. 그는 유엔에 10억달러(약 1조1300억원)를 기부하는 등 자선에도 적극적이다.

<이희성기자> lee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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