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형무소 정치범 1800명 집단처형…美비밀문서 확인

  • 입력 2000년 1월 6일 19시 39분


한국전쟁 당시 한국군과 경찰이 대전형무소에 수감돼 있던 정치범 1800명을 포함해 좌익성향 수감자들을 집단 처형한 사실이 지난 해 12월 16일 비밀해제된 미국 국립문서 보관소의 비밀문서에서 확인됐다.

제주 4.3사태의 전말을 추적해온 재미동포 이도영박사(52·뉴욕거주)는 6일 “미 정부에 비밀해제를 요청한 결과 한국군과 경찰이 정치범들을 처형하는 과정을 사진과 함께 생생히 기록한 문서 두건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박사에 따르면 당시 주한 미대사관 육군 법무관 밥 에드워드 중령이 작성, 합동참모본부에 보고한 2급 비밀 ‘한국의 정치범 처형’에는 사진 18장이, 3급비밀 ‘한국 육군헌병에 의한 (정치범) 처형’에는 사진 7장이 각각 붙어 있다.

에드워드중령이 1950년 9월 23일 보고한 ‘한국의 정치범 처형’문서에는 50년 7월 첫째주 대전형무소에서 사흘 사이에 (한국)최상층부의 명령에 따라 정치범 1800명이 집단 처형됐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박사는 “사진에는 한국군과 경찰들이 정치범들을 총살한 뒤 삽으로 파묻는 장면이 있으며 현장 트럭 옆면에 ‘論山邑(논산읍)’이라는 글씨가 선명하고 학생인 듯한 한 소년이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고 설명했다.

에드워드중령은 이 문서에서 “서울이 함락되자 한국군과 경찰은 적군이 정치범들을 풀어줄 것을 우려해 수천명을 처형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보고했다.

또 1951년 5월3일자로 보고된 ‘한국 육군헌병에 의한 처형’ 문서에 따르면 공산주의자들에게 협력한 혐의로 복역 중이던 인물들이 51년 4월 대구 부근에서 집단 처형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박사는 “관련 문서에는 ‘가장 믿을만한 정보’를 가리키는 신뢰도 A-1등급이 붙어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제주 4.3사태 유족을 비롯한 관계자들은 사태 당시 유죄판결을 받은 많은 제주 사람들이 대전형무소에 갇혀 있었다는 사실을 중시, 국내 정부기록보관소에서 찾아낸 당시 수감자명부를 토대로 피해자를 확인하고 처형현장 발굴작업도 추진키로 했다.

<윤희상기자·워싱턴=홍은택특파원>hees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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