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어디로 가나]이해따라 뭉치고…생존 몸부림

  • 입력 1999년 11월 9일 19시 58분


구소련 해체 후 8년. 구소련을 대체해 창설된 독립국가연합(CIS)이 친목단체 수준의 역할밖에 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 등 구소련 공화국들은 재통합과 분열의 갈림길에서 정체성을 찾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재통합의 주도세력은 물론 러시아. 벨로루시와 1국가 2체제 방식의 통합을 서두르고 있는 가운데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이 가세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상품 노동력 자본이 자유롭게 드나드는 경제공동체 형성이 이들의 목표.

반면 CIS에서 완전히 벗어나려는 세력도 만만치 않다. 우크라이나 그루지야 우즈베키스탄 아제르바이잔 몰다비아는 이미 CIS의 집단안보조약에서 이탈했다.

▼ 친목단체로 전락 ▼

12월 총선과 내년 대선을 앞둔 러시아에서는 CIS의 미래와 구소련 부활문제가 큰 이슈로 등장했다. 러시아 정치지도자들은 대부분 벨로루시와의 통합을 지지하면서 CIS의 역할 강화를 선호한다.

구소련공화국 중 발트3국을 제외한 12개 공화국이 모여 국가연합으로 출범했던 CIS는 당초 국방과 통화(通貨)는 단일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그러나 구소련군을 CIS통합군으로 묶고 루블을 공통 통화로 사용하기로 했던 합의는 1년을 가지 못했다. 92년 우크라이나가 군대를 창설하고 독자통화를 발행, 러시아권에서 이탈하자 뒤를 따르는 국가들이 속속 등장했기 때문.

구소련공화국 사이에 전쟁까지 있었다. 아제르바이잔 내 아르메니아인 거주지역인 나고르노―카라바흐주의 귀속을 둘러싸고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가 전쟁을 벌였으며 몰다비아의 드네스트르 지역의 러시아인들이 독립을 요구하며 몰다비아측과 충돌하기도 했다.

CIS는 역내 분쟁 해결을 위해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해 구소련 재건을 외치는 공산주의자들의 입장을 더욱 강화시켰다. 구소련을 하루아침에 해체한 경제적 후유증도 적지 않다. 구소련의 경제체제는 농업국 우크라이나가 ‘빵바구니’ 역할을 하면서 석유 가스 전기 등은 러시아가 공급하는 식으로 각 공화국 사이에철저한 분업체제를 정착시켰다. 갑자기 이같은 분업체제가 단절되자 CIS국가들은 극심한 혼란에 빠져 현재까지 91년 이전의 국내총생산(GDP)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와의 재통합을 거부한 CIS국가들은 경제적 곤경에서 벗어나기 위해 역사 전통 종교 지정학적 유대 등을 내세워 끼리끼리 결속을 다지려 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아제르바이잔 등 중앙아시아와 카스피해연안 이슬람국들이 상호교류를 확대하며 터키 등 주변국과 경제안보협력체 구축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 사례.

우크라이나 그루지야 등은 좀더 적극적인 탈러 친서방 정책을 채택,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유럽연합(EU)에 가입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 40여개 민족 섞인 러 분리독립 막기 진땀 ▼

러시아(정식국호는 러시아연방)는 국제사회의 비난을 무릅쓰고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체첸자치공화국을 94년에 이어 또다시 침공했다. 인구 80만의 작은 공화국을 러시아가 놓아주지 못하는 이유는 체첸의 독립이 러시아 해체의 시초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89개 지방정부로 구성된 러시아는 유럽과 아시아에 걸친 방대한 국토에 40여개 민족이 섞여 사는 다민족국가. 이때문에 ‘딴 살림’을 차리겠다는 소수민족이 끊이지 않고 있다.

분리독립요구는 비러시아계가 다수를 이루는 지역에서 강하다. 이슬람교도가다수인 러시아 남부 카프카스지방의 체첸 다게스탄 잉구셰티야와 타타르스탄이 대표적. 불교도가 주류인 칼미크도 최근 분리독립을 요구하고 나섰다.

경제개혁이 시작되면서 모스크바 등 유럽지역 러시아에 투자가 집중되자 상대적으로 소외된 아시아 지역의 불만도 크다. 자원이 풍부한 시베리아 지역에서 시베리아 공화국을 세우자는 논의가 나와 중앙정부를 긴장시키기도 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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