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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10월 21일 19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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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히드대통령은 문서에 서명하기도 어려울 만큼 시력이 약하고 거동도 자유롭지 못하다. 따라서 부통령이 대통령의 역할을 상당부분 수행할 수밖에 없다.
인도네시아 정치분석가 살림 사이드는 “부통령이 대통령의 신체적 단점을 보완해야 할 것”이라며 “부통령의 역할이 대통령을 능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 것으로 현지신문 자카르타포스트가 21일 전했다. 만약 와히드가 건강상의 이유로 5년 임기를 채우지 못한다면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승계해 잔여임기를 맡게 된다.
게다가 와히드는 국회 의석이 51석(10.1%)에 불과한 제4당의 당수다. 국정운영 경험도 전혀 없다. 그런 취약성 때문에 와히드는 당파를 초월해 내각을 구성하겠다고 이미 밝혔다. 내각이 그렇게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되면 그들을 조정하는 임무가 부통령에게 맡겨질 공산이 크다.
특히 와히드는 33년간 집권해온 기득권 세력에도, 과감한 개혁을 원하는 시민 학생세력에도 확고한 기반을 갖고 있지 않다.
이번 부통령선거에 4명이 출마해 유례없는 과열현상을 빚은 것도 새 부통령의 그런 특별한 비중과 의미 때문일 것이다.
헌법은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부통령도 국민협의회(MPR)에서 투표로 뽑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수하르토 전대통령 시절에는 대통령이 지명한 단일 부통령 후보를 MPR가 승인하는 식으로 운영돼왔다. 수하르토는 후계자를 키우지 않기 위해 자신은 7선을 연임하면서도 부통령은 단 한번도 연임시키지 않고 매번 바꿨다.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