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어제 獨하원의장 “특권은 싫다” 월세아파트 거주

  • 입력 1999년 9월 14일 18시 38분


볼프강 티어제 독일 하원의장(56)의 검소한 생활이 독일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 최신호는 그의 소박한 생활이 독일인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동독 출신인 티어제는 통일 전에는 훔볼트대 등에서 문예학을 가르쳤으며 통일 후 사민당(SPD)에 입당했다. 그는 안겔라 메르켈 기민당(CDU) 사무총장과 함께 동독 출신 정치인들 중 가장 성공한 사람 중 한 명으로 꼽힌다.

티어제는 지난해 하원의장이 되자 450만 마르크(약 30억원) 짜리 의장공관을 거부하고 자신의 임대 아파트에 살겠다고 고집했다. 임대 아파트는 월세 500마르크(약 32만원)인 방 3칸 짜리. 부유층들이 사는 베를린 달렘 지역의 하원의장 공관은 결국 요하네스 라우 연방대통령의 관저가 됐다.

티어제는 넓은 공관 대신 소박한 임대 아파트를 고집하는 이유를 ‘20년째 살고 있는 집과 정든 동네 사람들을 떠나기 싫어서’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술 더 떠 집을 수리해주겠다는 아파트 주인의 제의까지 거부하고 있다. 집을 수리하면 집세를 올려줘야 할지도 모른다는 걱정 때문.

티어제는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를 의원 사무실로도 쓰고 있다.

티어제는 이밖에 경호원 수행을 거부한 것은 물론 비행기를 탈 때 주어지는 하원 의장으로서의 특권도 물리치고 있다고 슈피겔은 전했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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