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티모르 독립까지 ‘산넘어 산’…주민통합 등 과제 남아

  • 입력 1999년 9월 6일 01시 06분


동티모르 주민들은 독립을 선택했다. 그러나 독립을 반대해온 친인도네시아계 민병대는 투표결과를 인정하지 않았다. 민병대는 5일 곳곳에서 총기를 난사하고 방화를 했으며 독립파는 민병대에 무력으로 맞설 뜻을 밝혀 동티모르는 내전 위기로 치닫고 있다.

유엔본부는 지난달 30일 실시된 주민투표 결과 참가자의 78.5%(34만4580명)가 독립을 지지했다고 4일 개표결과를 공개했다. 이로써 동티모르는 400여년에 걸친 외세의 지배에서 벗어나 독립국가로 향한 걸음을 내딛게 됐다.

B J 하비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이날 “투표결과를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동티모르에 독립정부가 들어서려면 숱한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독립파와 자치파의 갈등이 가장 큰 문제다. 무장 민병대는 5일 투표결과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뒤 동티모르 전역에서 총기를 난사하고 방화했다. 포르투갈 리스본의 한 동티모르 독립운동단체는 이날 하루동안 120명의 주민이 학살당했다고 주장했다. 5일 상황이 악화되자 그간 딜리에서 활동해온 손봉숙(孫鳳淑)씨 등 세 사람의 유엔선거관리위원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로 철수했다. 미국의 CNN방송 등 주요 외신 취재진도 속속 딜리를 빠져나오고 있으며 주민들은 산 속으로 피신하고 있다.

이같은 소요사태에도 불구하고 유엔은 동티모르의 독립이 확정된 이상 독립정부 구성을 위한 작업에 들어갈 전망이다. 우선 인도네시아와 포르투갈 등 이해당사국과 동티모르내 독립파와 자치파 등 각 정파를 추슬러 과도정부를 세울 계획이다. 자유총선거를 위한 여건이 마련될 때 까지 3∼5년간 과도정부를 운영할 예정이나 정부수립 시기는 앞당겨질 수도 있다.

동티모르의 취약한 경제기반도 문제. 인도네시아의 보조가 끊길 경우 자립여건이 안돼 유엔 등 국제사회의 원조가 필요하다.

동티모르에 독립운동지도자 사나나 구스마오, 노벨상 공동수상자인 카를로스 벨로 주교와 호세 라모스 호르타 등 정치적 구심점이 있다는 점이 그나마 다행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자카르타에 연금해온 구스마오를 8일 석방키로 했다.

또 주민의 90% 이상이 신봉하는 가톨릭도 동티모르 정부수립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자카르타〓강수진기자·딜리·리스본외신종합연합〉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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