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농민, "美 보복관세 철회하라" 맥도널드 습격

  • 입력 1999년 8월 22일 19시 00분


프랑스 농민들이 화났다. 곳곳에서 미국계 맥도널드 식당을 습격하고 도로에 과일을 버려 교통을 마비시키고 있다.

21일에는 농민들이 아를르에 있는 맥도널드 식당 앞에 오물을 버렸다. 200여명은 마르티게스에 있는 대형유통업체 오샹 앞에 복숭아를 쌓아놓고 시위를 벌였다.

20일에도 농민들은 노르망디 지방의 그뤼세―르―발라스에 있는 맥도널드 식당에 몰려갔다. 페르피냥에서는 농민들이 15t의 복숭아를 국도에 버려 교통이 마비됐다.

12일 밀로에 건설중인 맥도널드식당에 난입해 건물파손 혐의로 구속된 아베롱 농민연맹 간부 4명은 10만프랑의 보석금을 내고 20일 가석방됐다.

프랑스 농민들의 집단행동에는 여러 배경이 얽혀있다. 첫째는 미국의 보복관세. 12일 맥도널드 식당 습격을 주도한 아베롱 농민연맹의 조셉 보베 사무총장은 “프랑스농산물에 대한 미국의 보복관세 부과조치에 대한 경고로 미국 상업주의의 상징인 맥도널드 식당을 목표물로 삼았다”고 밝혔다. 미국은 최근 유럽연합(EU)의 미국산 호르몬 쇠고기 수입금지 조치에 대한 보복으로 프랑스산 로크포르치즈 등 유럽산 농산물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맥도널드에 대한 공격에는 미국산 유전자변형(GM)농작물에 대한 불만도 깔려있다. 유럽 최대의 옥수수생산국인 프랑스정부는 97년 GM 옥수수 종자의 수입을 승인했다. 프랑스 국민의 4분의 3은 GM 농산물이 인체에 유해하다고 보고 있다.

프랑스 정부가 중간유통 수수료를 줄이고 유통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16일 도입한 농산물 이중가격표시제도 농민의 반발을 사고 있다. 판매자가 생산자로부터 구입한 가격과 소매가격을 함께 표시해야 하는 이 제도는 자금력을 가진 대형유통업체의 이익만 보호해 준다고 농민들은 주장한다.

일간지 르몽드는 맥도널드 식당 습격이 △시장의 세계화 △위성까지 동원된 농업의 과학화 △뉴라운드 무역협상으로 본격화될 미국과 유럽의 무역전쟁에 직면한 농민의 불안감에서 기인했다고 21일 논평했다.

농민들의 집단행동에 대해 녹색당 등 좌파정당은 물론 극우파까지도 폭넓은 지지를 보내고 있다.

〈파리〓김세원특파원〉clai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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