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기일식 이모저모]'해와 달의 우주쇼' 수억명 환호성

  • 입력 1999년 8월 12일 01시 08분


20세기 마지막 개기일식이 펼쳐진 11일 태양이 잠시 사라지며 대낮이 한밤중으로 변하는 장관을 지켜보느라 유럽 중동 및 서남아시아가 온통 흥분의 도가니에 빠졌다. 이날 일식이 진행된 17개국에서 수억명의 사람들이 길거리로 쏟아져 나와 태양과 달이 펼치는 ‘우주쇼’를 지켜봤다.

개기일식은 11일 오전 9시31분(그리니치 표준시·한국시간 오후 6시31분) 캐나다 동쪽끝 노바 스코샤 부근의 대서양에서 시작해 영국 프랑스 독일 터키 이란 파키스탄을 거쳐 인도 벵골만에서 12시36분 1만3000㎞에 걸친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유럽 대부분의 지역은 구름에 덮이거나 비가 내려 현지 주민과 관광객들을 안타깝게 한 반면 중동의 이란과 이라크 터키는 날씨가 좋아 일식을 제대로 관찰할 수 있었다.

일식이 지나는 많은 국가의 방송들이 일식진행상황을 생중계했으며 미 항공우주국 등은 인터넷을 통해 일식을 전세계에 전했다.

○…이날 오전 10시11분 개기일식이 시작된 영국의 콘월반도에는 100만여명이 몰렸으며 이 중 50여만명은 소형보트를 타고 주변 바다로 나가 일식을 보기 위해 안간힘. 그러나 짙은 구름으로 일식을 볼 수 없게 되자 일부 관광객들은 눈물을 흘리며 아쉬움을 토로.

○…영국과 프랑스의 일부 호사가들은 1인당 2000달러(약 240만원)를 내고 3대의 콩코드특별기에 탑승, 3시간 동안 공중에서 일식을 지켜보는 즐거움을 만끽. 지상에서 일식을 볼 수 있는 시간은 2분 남짓이었으나 기내에서는 6분 동안 일식을 지켜볼 수 있었다고.

○…프랑스는 대부분의 지역이 구름에 덮여 정부와 국립천문협회가 제공한 3500만개의 보안경이 쓸모가 없었다.

이날 일식이 시작되면 러시아 우주정거장 미르호가 추락해 파리가 불바다가 될 것이라는 디자이너 겸 점성술사인 파코 라반의 예언을 믿고 파리를 떠나려는 일부 시민과 일식을 보기 위해 북부지방으로 떠나는 관광객들로 파리 주변 고속도로는 심한 교통체증을 빚었다.

에펠탑 주변, 몽마르트르언덕 등에 모인 5만여명의 인파는 라반의 예언이 틀린 것으로 밝혀지자 환호성을 지르기도.

○…오스트리아 펠트바흐에서는 태양이 달에 완전히 가려지는 순간에 한 아기가 태어나 최초의 ‘일식 베이비’로 기록됐다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신도들이 개기일식을 볼 수 있도록 이날 순례자 알현 시간을 단축하고 바티칸에서 여름 휴양지인 카스텔 간돌포로 헬리콥터를 타고 이동하며 일식을 관찰.

○…독일의 뮌헨 등에서는 일식이 진행되는 동안 ‘한낮의 밤’을 즐기기 위해 전등을 켜지 않았으며 자동차 운행을 중단하기 위해 신호등도 빨간색으로 바꿨다고.

짙은 구름으로 일식을 볼 수 없었던 슈투트가르트에서는 50여만명이 거리에서 일식기념 맥주파티를 즐겼다고.

○…2분23초 동안 개기일식이 관측된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서는 세계적인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일식을 기념하는 특별공연을 가졌다. 태양이 사라지면 재앙이 닥친다는 미신 때문에 일부 루마니아인들은 마음을 졸이기도 했다고.

○…터키 앙카라에서는 국회의원들이 세금관련 법안을 심의하다 잠시 휴회를 선포하고 국회의사당 앞마당에 나와 일식을 관찰.

이란의 차루드와 키프로스의 리마솔에서는 일식을 수시간 앞두고 각각 리히터 지진계로 강도 5.1과 5.8의 강진이 발생. 이란의 일부 이슬람 성직자들은 ‘개기일식은 신의 징표’라며 신에게 기도하라고 국민에게 촉구.

인도에서는 개기일식을 흉조로 여기는 미신에 따라 개기일식을 1시간 앞두고 주식시장을 서둘러 폐장하고 각급 학교는 수업을 단축.

〈김태윤기자·파리〓김세원특파원〉clai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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