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증시는「상식」과 딴판…금리인상 시사불구 주가 상승

  • 입력 1999년 6월 20일 18시 41분


미국 증시가 상식과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이 17일 금리인상을 강력히 시사한 후 주가는 엉뚱하게 상승했다. 이날 다우존스공업평균지수는 0.53%, 나스닥지수는 1.05%가 올랐다. 채권 매입 주문도 늘어나 연 6.1%대였던 30년만기 미 국채의 수익률이 6%이하로 떨어졌다. 브라질 멕시코 칠레 등 중남미 국가들의 주식예탁증서도 일제히 오름세를 나타냈다.

이날 미국의 4월중 무역적자가 사상최고였던 3월의 197억달러와 거의 맞먹는 189억달러라는 상무부 발표도 있었다.

대개 금리인상 조짐은 긴축정책과 경기하강을 의미하는 까닭에 주가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무역적자 역시 적자회복을 위한 달러화 약세정책이 이어질 것임을 시사해 주식시장에 악재로 작용한다. 이것이 ‘상식’이었다.

하지만 최근 미국의 경제현상은 이런 ‘상식’과 다르다.

미국의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지는 17일 이에대해 “월가는 FRB가 이번에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앞으로 계속해서 올리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하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월가는 이달말 금리인상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만큼 금리인상 요인은 이미 주가에 반영된 것이나 마찬가지. 그런만큼 17일 그린스펀의 발언은 ‘내달 이후에 또 다시 금리를 올릴 의도는 없음’을 확인해주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본다.

메릴린치의 국채담당 분석가 존 스피넬로는 “그린스펀이 ‘이는 예방주사일 뿐이며 아직 인플레가 심각한 문제는 아니다’고 발언하는 것을 듣고 안도했다”고 말했다.

현재 월가에는 FRB의 올해 금리인상 폭에 대해 지난해의 금리인하폭(1.0%포인트)에 못미치는 0.75%포인트 이하가 될 것으로 보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97년 3월에도 금리가 0.25%포인트 인상됐지만 더 이상 금리인상조치가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 확산되면서 주가는 한달후부터 반등하기 시작, 연말까지 22.6%가 뛰었다.

일견 비상식적으로 보이는 최근의 미국경제 흐름 역시 그린스펀의 ‘예방주사론’을 투자자들이 그대로 믿음에 따라 생긴 것으로 볼 수 있다.

〈허승호기자〉tige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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