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이는 美-中관계]中 對美강경론 득세

  • 입력 1999년 5월 26일 19시 37분


《중국이 70년대부터 미국의 핵무기 정보를 훔쳤으며 지금도 첩보활동을 계속하고 있을 것이라는 미국 하원의 콕스보고서가 일파만파의 파문을 몰고 왔다. 미국 빌 클린턴 행정부의 중국정책은 공화당의 집중공격을 받고 있다. 중국 지도부도 대미(對美)강경파의 압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92년 미국 대통령선거 때의 헌금스캔들과 유고주재 중국대사관 오폭에 이어 터진 콕스보고서 파동이 미중(美中)관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

미국에 정면대응할 것인가, 참으며 후일을 기약할 것인가. 유고주재 중국대사관 오폭 때 중국 지도부는 현실주의를 선택해 국내의 반미시위를 중단시키고 상품구매사절단을 미국에 보냈다. 그때 장쩌민(江澤民)국가주석은 “모든 것은 경제실력이 모자란 탓”이라며 “분노를 참고 국력을 키우자”고 국민에게 호소했었다.

그러나 미국 하원의 콕스보고서는 중국을 다시 자극했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미국에 대한 비난을 즉각 재개했다. CCTV는 26일 콕스보고서에 대해 “미국이 중국대사관 폭격으로 격화된 국제사회의 비난을 다른 데로 돌리려는 의도에서 내놓은 것”이라며 “미국내 반중국 세력의 음험한 정치적 음모”라고 비판했다. 인민일보는 콕스보고서에 대한 직접적인 논평은 피한 채 미국의 중국대사관 오폭주장과 92년 미국 대통령선거 때의 헌금스캔들을 반박했다.

중국 지도부에서도 대미 강경노선이 힘을 얻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는 콕스보고서의 핵기술 절취 주장이 “전적으로 터무니없고 근거없을 뿐만 아니라 숨은 동기에서 비롯됐다”고 반박했다. 외교부 주방자오(朱邦造)대변인은 성명에서 “미국의 일부 반중국 세력이 정신적으로 냉전에 집착해 그같은 비난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리펑(李鵬)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은 중국이 근본적인 이익을 희생하면서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해 WTO가입에 대한 기존 정책에 변화가 생기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 발언은 WTO가입을 주도해온 주룽지(朱鎔基)총리의 행보에 제동을 거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26일자 홍콩 일간지 스탠더드는 중국이 미국 등 서구세력의 팽창을 저지하기 위해 러시아 인도와 준(準) 군사적 성격의 3국 동맹관계를 모색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 신문은 장쩌민주석이 중국대사관 폭격을 계기로 대미관계를 재정립하라는 강경파의 압력이 거세지자 세계 정세와 대미관계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덧붙였다.

〈베이징〓이종환특파원〉ljh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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