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미국은 3월 뉴욕협상에서 금창리 지역에 대한 광범위한 방문조사에 합의하면서 북한측의 입장을 고려해 ‘방문단’이라는 명칭을 붙이긴 했지만 이번 방문단은 사실상 ‘사찰단’으로 볼 수 있다.
방문조사단의 면면이나 조사방법을 살펴보면 금창리 현장조사가 얼마나 철저하게 이뤄질 것인지 짐작이 간다. 방문단에는 미 국무부와 국방부 에너지부 등 관계기관 전문가 15명 정도가 참가한다.
조사방법도 지하시설 내부의 시료채취, 대기 방사능 검사, 표본 추출 작업 등 2중, 3중의 교차 점검이 가능하도록 이뤄졌다. 전문가들은 “가로 세로 10㎝ 정도 크기의 물체까지도 잡아내는 위성사진을 기준으로 금창리 시설을 육안으로 직접 확인하면 핵시설 여부가 금세 판명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방문단은 현장 시설물들을 비디오 카메라에 담아 미국으로 돌아간 뒤 정밀 검증을 거쳐 핵시설 여부를 최종 판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북한의 태도로 볼 때 이번 방문단이 금창리 시설을 핵시설로 판정할 만한 ‘결정적 증거’를 찾아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된다면 북한으로서는 “핵시설이 없다”는 자신들의 주장을 입증하는 셈이 되고, 미 행정부로서는 미 의회 내 강경파들을 설득할 명분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또한 윌리엄 페리 미 대북정책조정관의 방북이 이어지면서 한반도문제를 둘러싼 ‘대타협’의 서막이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