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제품 몰려온다/자동차]도요타중심 직접판매망 구축

  • 입력 1999년 5월 12일 09시 20분


《대일(對日)무역역조를 시정하기 위해 78년 도입된 수입선다변화제도가 21년만에 완전폐지된다. 수입선다변화제도는 경제개발초기 대일의존이 심각해지자 일부 제품에 한해 일본에서의 수입을 막고 다른 나라로 전환하도록 한 보호무역정책. 당초 세계무역기구(WTO)와의 합의를 통해 99년말까지 단계적으로 폐지키로 한 이 제도는 97년말 국제통화기금(IMF)의 요구로 완전 폐지시기를 올 6월말로 앞당겼다. 이에 따라 작년말 캠코더 등 32개품목이 해제됐으며 다음달말 마지막 남은 25인치 이상 컬러TV와 휴대전화기, 세단형 승용차, 굴착기 등 16개품목이 해제됨으로써 이 제도는 역사의 장으로 넘어간다. 고삐 풀릴 날만을 기다려온 일본 업체들은 현재 본격적인 한반도 상륙을 준비중이다. 수입선다변화제도의 완전폐지가 국내시장에 미칠 영향을 짚어보고 국산제품과 일본제품의 경쟁력을 비교해본다.》

수입선 다변화제도의 해제가 눈앞에 다가왔지만 일본 자동차업계의 움직임은 의외로 조용하다. 그러나 속으로 이미 상당히 준비작업을 해 두고 있어 본격 상륙시기를 결정하는 일만 남겨두고 있다는 것이 국내업계의 관측이다.

일본차의 진출시기와 수입될 차종이 궁금한 것은 소비자들도 마찬가지. 차량 교체 시기를 일본차의 본격 수입 이후로 미루고 있는 소비자들도 적지 않다.

업계에서는 일본 업체들이 우선 중대형을 ‘첨병’으로 내세워 시장 반응을 타진한 뒤 소형쪽으로 타깃을 옮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조용히 상륙을 준비중인 일본업체들〓 일본 업체들 가운데 도요타가 상대적으로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도요타는 3월말 27년간 국내 판매를 맡겨왔던 진세무역과 딜러 계약을 해지했다. 수입선 다변화 해제를 계기로 국내 자회사인 TT코리아를 통해 직접 판매를 실시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해석. 도요타는 단계적으로 판매망을 새로 구축하고 영업 인력을 추가 모집하는 등 국내 판매기반 조성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수입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혼다 닛산 등 다른 업체들도 이미 본사 차원에서 한국 진출을 위해 여러차례 시장 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어떤 차가 들어올까〓 97년 미국내 최다 판매차량에 오를 정도로 성능과 가격대에서 인정을 받은 도요타의 ‘캠리’가 첫손에 꼽힌다. 도요타에선 이밖에 미국시장에서 호평을 받고있는 고급차(럭서리카) ‘렉서스’와 66년 시판돼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는 소형 ‘코롤라’를 우선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4륜구동 ‘랜드 크루저’도 RV(레저용차량) 애호가들에게 호평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차종. 혼다는 주력 차종인 ‘아큐라’시리즈를 앞세울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미국시장에서 도요타 ‘캠리’와 종종 비교되는 ‘어코드’도 진출 ‘1순위’로 꼽힌다.

다양한 차종을 보유한 닛산도 89년부터 일본 내 고급차 시장을 주도해온 ‘인피니티Q45’로 한국시장을 노크할 것이 유력시된다.

이밖에 4륜구동차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미쓰비시는 갤로퍼의 모델이 됐던 ‘파제로’와 스포츠카 ‘이클립스’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일본차의 예상 가격은〓 일본차를 기다리는 소비자들이나 국내 자동차업계가 가장 궁금해하는 대목. 현대자동차 산하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직수입을 통해 들어오는 일본산 승용차의 국내 판매가는 일본 공장도가의 1.35∼1.6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예상 가격은 운송보험료와 관세 특소세 하역수수료 등 출고에서 국내 판매까지의 단계별 비용을 적용한데 따른 것. 이를 1백엔당 1천원의 환율로 환산하면 일본차의 국내 판매가격은 국산 승용차의 판매가에 비해 1.5∼3배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 가지 특징은 소형차일수록 가격차가 큰 반면 대형, 고급으로 갈수록 가격차가 적어진다는 것.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같은 예상가격은 단순 환산에 의해 산출된 것일 뿐 일본차의 가격은 시간이 갈수록 더 낮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선 수입물량이 늘어나면 대당 운송보험료가 떨어지고 관세 및 원화가치의 변동도 일본측에 유리한 방향으로 갈 소지가 크다는 것.

관세 물류비용 등 조건이 엇비슷한 미국시장에서 한국과 일본 승용차의 가격이 의외로 큰 차이가 없는 점을 볼 때 일본차는 가격 이외의 조건이 호전될 경우 상당한 경쟁력을 지닐 것으로 전망된다.

〈금동근기자〉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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