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반미시위 전망]5.4운동 80돌 「애국시위」증폭

  • 입력 1999년 5월 10일 08시 06분


중국은 중국대사관 폭격에 항의하는 대규모 반미 시위가 이틀째 계속되고 있으나 이를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않으면서도 사태추이를 면밀히 감시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2만명이 넘는 학생과 시민들이 미국 대사관 주변에 몰려 상황이 긴박해지자 일단 헬멧과 진압봉, 최루탄으로 무장한 특수시위진압부대를 배치해 불의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이 부대는 89년 톈안(天安)문사태 이후 창설된 부대로 시위현장에 배치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에서는 올해 5월과 6월은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5월4일은 중국 애국주의 운동의 분수령인 5·4운동 80주년, 6월4일은 89년 1백만명의 학생들이 민주화를 외쳤던 6·4톈안문사태 10주년이 기다리고 있다.

중국 정부는 5월은 청년 학생들의 애국주의 정신을 한껏 고취시키되 6월은 조용히 넘어가기를 내심 바라고 있었다. 중국 당국이 학생들의 반미시위를 아직까지는 관망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미국 언론들도 시위가 중국 정부의 묵인하에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CNN방송은 8일 톈안문 사태 10주년을 앞두고 학생들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분산시키기 위해 중국측이 의도적으로 시위를 부추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시위가 확산되면서 중국 당국은 사태가 예기치 않는 방향으로 흘러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반미시위가 학생들의 애국심을 발산할 수 있는 계기이기는 하지만 자칫하면 그동안 억눌렸던 학생들의 다른 불만이 표출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베이징〓이종환특파원〉ljh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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