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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4월 12일 19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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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결과에 대한 일본사회의 착잡한 시각을 아사히신문은 12일자 사설에서 ‘기대, 그리고 숨겨진 위험성’으로 표현했다. 시민들의 반응에도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그러나 정확히 말하면 ‘기대’는 경기불황 등 현실에 막연한 불만을 느끼는 상당수 시민과 우익세력의 기분상태다. 도쿄도청과 정부 정치권 재계 지식인계층에서는 ‘우려’가 훨씬 많다.
4년전 ‘무당파 돌풍’으로 아오시마 유키오(靑島幸男)현지사가 당선됐을 때도 일본에서는 정당정치의 위기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그러나 통쾌하고 신선하다는 반응이 훨씬 많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불안감이 두드러진다. 가장 큰 원인은 그의 국수주의적 성향에 있다. 일본정부는 그의 당선이 미국 및 중국과의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걱정한다.
이시하라는 “미국의 위협에 굴복하지 말고 일본이 보유한 미국국채를 대량매각하면 안되는가”라고 주장해왔다. 미국은 그런 이시하라를 ‘반미주의자’로 판단하고 있다. 그가 도쿄도지사의 권한도 아닌 요코타(橫田)미군기지 반환을 계속 주장한다면 정부―도쿄도 관계는 물론 미일관계도 긴장요인이 될 것이다.
중국은 이시하라를 ‘극우주의자’로 경계한다. 일본이 과거 중국을 경멸적으로 지칭한 ‘지나(支那)’라는 표현을 입에 담고 난징(南京)학살을 부정한 적이 있기 때문. 그가 취임 후에도 이런 태도를 보인다면 중국의 반일감정은 격화될 것이다. 중국언론들은 이시하라가 입후보하기가 무섭게 “중국의 분열을 갈망하는 국수주의자”라고 비난했었다.
도쿄도 역시 불안스러운 표정이다. 도쿄도는 ‘국제화’를 내걸고 뉴욕 베이징(北京) 등과 우호도시관계를 맺는 등 ‘도시외교’를 전개해왔다. 그러나 이시하라의 당선이 이런 흐름에 찬물을 끼얹지나 않을까 속앓이를 하고 있다. 그가 당선된 뒤에도 도쿄도 행정에는 언급하지 않고 계속 ‘국가’를 들먹이는데 대한 거부감도 강하다.
일부 재계인사들은 그의 반미성향이 미일 무역마찰을 심화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한편 이시하라에게 참패한 자민당 민주당 등 정당들은 파문확산 저지를 서두르고 있다. 자민당총재인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총리가 12일 “집행부 교체는 없다”고 잘라말한 것도 당내 일각의 인책공세에 쐐기를 박기 위한 것이다.
〈도쿄〓권순활특파원〉shkwon@donga.com